김생민 성추행 미투 폭로…방송계·광고계 '비상'
김생민 성추행 미투 폭로…방송계·광고계 '비상'
'통장요정', '짠돌이'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았던 김생민(45)이 비호감의 아이콘이 됐다. 대세가 된지 7개월 만에 '미투' 가해자라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그의 방송 인생에 직격탄을 맞았다.

김생민의 하차를 요구하는 국민청원도 올라오고 있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생민 모든 방송에서 하차해야 한다", "방송출연 금지 시켜 달라"라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청원인들은 "가해자가 아직도 방송에 나온다는 것이 이해 불가", "피해자인 여성 스태프가 함께 방송하기 불편해 관뒀는데 김생민이 피해자에게 제2의 피해를 주고 버젓하게 방송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생민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은 무려 10개에 달한다. 각 방송사 측은 김생민의 분량을 편집하고 하차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김생민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미투' 폭로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김생민은 2008년 한 방송 프로그램의 회식 자리에서 스태프 2명을 잇따라 성추행했지만 당시 제작진이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 중 1명은 10년이 지나 한 언론사와 함께 김생민을 만나 사과를 받았다.

성추행 사건 당시 김생민은 지상파 3사 프로그램에 모두 출연하고 있었다. 2008년은 물론, 현재까지 KBS 2TV '연예가중계'에는 22년, MBC TV '출발 비디오여행'에는 21년, SBS TV '동물농장'에는 18년째 리포터와 MC로 출연하고 있다.

이들 중 '출발 비디오 여행' 측은 이번 미투 폭로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고, '연예가 중계' 측은 "노 코멘트", '동물농장'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을 때 제작진이 이를 은폐했다는 이유로 부적절한 대처를 했다는 여론에 따라 방송사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대중이 더 충격을 받은 이유는 성추행 사건 당시 김생민은 결혼한지 갓 2년이 되지 않은 신혼 이었다는 사실이다. 방송을 통해 '사랑꾼' 이미지를 선보이며 가정적인 아빠의 모습을 어필했던 탓에 시청자들의 '배신감'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1992년 KBS 특채 개그맨으로 방송가에 데뷔한 김생민은 웃기는 것보다 리포터의 역할이 자신에게 잘 맞는다며 수년간 다양한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지난해 8월 동명의 팟캐스트에서 출발한 '김생민의 영수증'이 인기에 힘입어 KBS 2TV에 입성하면서 '스튜핏'(stupid), '그레잇'(great) 등의 유행어를 남기며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이후 7개월간 각종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이 10개에 달하고 있다. tvN '짠내투어', MBN '오늘 쉴래요?', MBC '전지적 참견시점' 등이다.

김생민이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자 지상파부터 케이블까지 자유로운 채널이 하나도 없다.

오래 출연한 프로그램도 문제지만, 특히 올해 들어 여러 새로운 프로그램에서 그의 '짠내'나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기획해왔던 터라 타격이 크다.

또 성실한 이미지의 김생민을 모델로 낙점한 광고만 10여편이다. 이번 사건으로 광고주의 계약 해지 요구 및 금전적 피해보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사들은 최소 3주 전에 소속사와 김생민이 미투 폭로를 인지했음에도 쉬쉬하고 있었던 것에 황당해 하고 있다.

2008년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지목된 프로그램의 관계자는 "지금으로써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10년 전 일이라 사실관계 확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보다 김생민 씨가 메인 역할을 맡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더 문제 아니겠냐"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김생민과 전속 계약을 체결한 소속사 SM C&C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 '예능 MC'리스트에서 김생민의 사진과 프로필이 빠진 상태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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