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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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펀드가 이달 중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다. 블록체인산업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올해 초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돼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블록체인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해 뉴욕증시 상장사인 오버스톡닷컴과 IBM, 한국의 카카오와 삼성SDS 등 국내외 관련 기업을 담을 계획이다.

◆美 블록체인 ETF 편입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과 그로쓰힐자산운용은 이달 중 블록체인 펀드를 내놓기로 했다. 공모펀드인 ‘한국투자글로벌4차밸류체인’을 내놓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상품 출시 승인을 받았다.

카카오·IBM 담는 블록체인 펀드 나온다
사모펀드 ‘그로쓰힐뉴패러다임사모전문투자 펀드’를 준비하는 그로쓰힐자산운용은 49인 이하 투자자로부터 최소 2억원 이상을 받아 관련 주식, ETF 등에 투자한다. 두 운용사 모두 이달 중 펀드를 설정하고 판매사 등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블록체인 펀드는 국내외에서 거래되는 블록체인 관련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그로쓰힐자산운용은 뉴욕증시에 상장된 ETF ‘Amplify Transformational Data Sharing(코드명 BLOK)’를 50% 편입할 예정이다. 지난 1월 상장된 BLOK는 블록체인 관련 종목인 TSMC 오버스톡닷컴 디지털개러지 SBI홀딩스 등에 투자한다.

국내에서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연내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카카오를 비롯해 삼성SDS, 해외 주식으로는 IBM 인텔 엔비디아 등을 편입한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기업은 20% 미만으로 편입할 예정이지만 차츰 비중을 높여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블록체인 기술을 직접 활용하거나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 △블록체인산업 발달의 긍정적 영향을 받을 기업 등으로 분류해 편입 종목을 골랐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월마트, CME그룹, 파나소닉, 브로드리지파이낸셜솔루션즈 등을 담을 예정이다.

두 운용사 모두 가상화폐 테마주는 편입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 불안정한 주가 흐름과 사회적 논란을 감안해 가상화폐 중개기업, 채굴기업, 결제서비스기업 등에는 투자하지 않을 방침이다.

◆4차 산업혁명 펀드 경쟁 치열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도입한 온라인 소매업체 오버스톡닷컴 등을 제외하면 포트폴리오에 아직까지 뚜렷하게 블록체인 기술을 특화한 종목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은 두 운용사가 내놓기로 한 펀드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블록체인 펀드도 아직은 정보기술(IT)업종 ETF와 금융업종 ETF를 섞어서 투자 종목을 구성한 수준”이라며 “하지만 블록체인산업이 성장하고 관련 기업들이 늘어날수록 기존 IT, 금융 ETF와 다른 블록체인 펀드만의 특징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록체인 펀드 등장으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4차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 펀드는 지난 1년간 20~30%의 고수익을 내 최근 ‘뭉칫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의제4차산업혁명’ 펀드는 수익률이 최근 1년간 37.45%에 달한다. 입소문을 타면서 올해만 1370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NH-아문디4차산업혁명’ ‘미래에셋글로벌그로스’ 등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글로벌 혁신기업에 투자해 지난 1년간 20% 이상의 수익을 냈다.

하나UBS자산운용의 ‘글로벌4차산업1등주플러스’는 올해 383억원의 투자금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은 4차 산업 관련 펀드를 올해 추가로 선보일 방침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