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카카오뱅크, 가파른 성장세에 시중은행 긴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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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인터넷 전문은행이 등장한 지 어느덧 1년을 맞았다.

지난해 4월 3일 케이뱅크가 출범하고 약 석 달 뒤에 한국카카오은행(약칭 카카오뱅크)이 금융시장에 발을 내디디면서 은행권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잇달았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인터넷 전문은행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시중은행들도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고 영업시간을 늘린 탄력점포를 확대하는 등 새바람이 불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등장부터 시중은행의 관심을 모았다.

그간 새로운 경쟁자 없이 규제의 울타리 속에 머물렀던 시중은행들은 인터넷 전문은행 등장에 바짝 긴장했다.

케이뱅크는 1992년 평화은행이 창립된 이후로 25년 만에 등장한 새 은행이었다.

성장세도 가팔랐다.

케이뱅크는 연간 목표를 수신 규모 5천억원, 여신 4천억원으로 설정했지만, 출범 두 달 만에 이를 모두 달성했다.

출범 10개월 만인 올해 2월 기준 가입자 수는 68만명이며 수신은 1조2천100억원, 여신은 9천700억원이다.

후발주자였던 카카오뱅크는 더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가입자 수 500만명을 돌파했고 수신 5조1천900억원, 여신 규모 4조7천600억원을 달성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체크카드 신청자 수가 373만명, 해외 송금 건수는 7만6천건을 기록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모바일슈랑스(모바일 앱을 통한 보험 판매)와 전월세보증금 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출범 전까지만 하더라도 고객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점포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로 지목됐지만,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예금하고 대출받는 은행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인터넷 전문은행처럼 하나의 앱으로 모든 은행 업무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원 앱' 전략과 번거로운 인증이 필요 없는 모바일 이체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2월 신한S뱅크, 써니뱅크, 스마트 실명확인 등 기존 6개 금융거래 앱을 한데 모은 모바일 뱅킹 앱인 '쏠'(SOL)을 출시했다.

NH농협은행은 NH투자증권과 농협카드 서비스도 함께 조회할 수 있도록 '올원뱅크' 기능을 확대했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도 한 번 로그인하면 보안카드나 OTP, 공인인증서 등 별도 인증을 거치지 않아도 송금할 수 있는 이체 서비스를 추가했다.

일주일에 7일, 24시간 영업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따라잡기 위해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하던 시중은행의 영업시간도 달라졌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일반 영업시간과 다르게 운영하는 은행 탄력점포는 지난해 6월 630곳에서 12월 673곳으로 늘었다.

금리 인상기에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주춤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낮은 금리의 마이너스통장 상품을 내놓으면서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금리도 주춤하는 것이다.

은행연합회 자료 집계에 따르면 인터넷 전문은행이 등장하기 직전인 지난해 3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의 마이너스통장 평균 금리는 각각 4.82%, 3.80%, 3.74%였다.

올해 2월 기준으로는 각각 4.77%, 3.55%, 3.62%로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전보다 낮아졌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인터넷 전문은행이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은행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게 됐다"며 "은행들도 점점 비대면 서비스는 늘리고 IT 분야를 강화하면서 인터넷은행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