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어 이명박도 재판 '보이콧'… 사법 신뢰까지 '흔들'
22일 오전 10시30분으로 잡혔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취소됐다. 이 전 대통령이 불참 의사를 밝히자 검찰도 ‘피의자 없는 영장심사는 불가’라며 강공을 펼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전 대통령 재판은 사법 처리의 첫 단계에서부터 파행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이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절차적 완결성’을 흔들면서 사법 신뢰에도 상처가 나는 모습이다.

◆법원, 갑작스레 영장실질심사 연기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불참 의사를 밝혔고, 검찰이 (구인)영장을 반환함에 따라 당초 예정 기일인 22일 오전 10시30분에는 심문기일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21일 오후 늦게 발표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시 법원으로부터 피의자에 대한 구인영장을 발부받는다.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피의자를 인치(한 장소에서 대기)할 수 있는 권한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실질심사 불출석 의사를 밝히자 구인영장을 법원에 반환해 버렸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에 명시된 유효기간은 오는 26일까지다. 이 안에 영장실질심사가 열려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자료와 법리를 검토한 뒤 구인영장을 재차 발부할지, 변호인과 검사만 출석하는 심문기일을 지정할지, 서류심사만으로 구속 여부를 판단할지 내일(22일) 중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구인장을 반환하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법원은 변호사와 검사만 출석하는 심문 기일 지정과 서류만으로 판단하는 두 안 중 하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어떤 경우에도 출석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두 전직의 보이콧에 사법 신뢰 ‘흔들’

법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피의자 출석 없이 심문이 진행되는 경우는 전례가 거의 없는 데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고 있어서다.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절차적 완결성이 훼손돼 사법에 대한 신뢰 추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심 도중 재판을 거부한 데 이어 이 전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재판 거부 이유도 동일하다. 박 전 대통령은 “법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은 제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고 했고, 이 전 대통령도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했다.

물론 재판 파행에 대한 1차적 비난은 두 전직 대통령에게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더 곤혹스러운 것은 사법 신뢰 추락을 막아야 하는 법원과 검찰이다. 한 현직 판사는 “벌써부터 삐그덕대면 공판은 얼마나 험난하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법원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며 “두 전직 대통령의 보이콧으로 사법 신뢰가 추락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무리한 행보가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혐의 내용이나 혐의에 대한 유출을 보면 검찰의 수사 행태가 과도한 측면도 있다”며 “당사자로서는 표적 정치수사라고 느낄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