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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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며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기가 예상대로 간다면 금리 방향은 (인하가 아니라) 인상이 맞다”면서도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도록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통화정책이 실물경제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히 완화적이기 때문에 금리를 1~2번 올려도 긴축이 아니라는 설명도 했다. 이어 “국제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 가계부채 증가 등을 살펴가며 완화 정도(금리 인상 속도)를 신중하게 판단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은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실기도 문제지만) 섣불리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3~4회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이 커졌지만 불안한 국내 경기를 감안해 당분간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거듭 시사한 것이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50%, 미국은 연 1.25~1.50%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장기화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는 “앞으로 정책금리(기준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올라가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추세라는 점에서다. 금리 인상이나 인하를 통한 경기 조절이 과거보다 어렵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정책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금리 외에) 새로운 정책수단이나 정책 운영체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에 이어 올해 한국GM 군산공장도 문을 닫을 위기에 빠지면서 타격을 입고 있는 군산과 전북지역 지원 방침도 밝혔다. 구체적으로 “(한은 자금) 400억~500억원을 긴급히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한은의 금융중개 지원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정부 인사가 한은의 독립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박근혜 정부 시절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척하면 척(한은이 정부 뜻대로 움직인다는 뜻)’ 발언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말 잘 듣는 한은 총재를 선임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한 게 발단이 됐다. 이에 이 총재는 “중앙은행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하지만 일부는 (정부와) 협조해야 가능하다”며 “책임 있는 분의 발언도 정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전체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적격’ 의견을 담은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인사청문회 당일 경과보고서가 채택된 건 이례적이다. 이 총재는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쳐 다음달부터 두 번째 임기(4년)를 시작한다. 한은 총재 연임은 김성환 전 한은 총재(1970년 5월~1978년 5월)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