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렉트릭이 미국의 ‘관세폭탄’에 대응해 앨라배마에 변압기 생산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울산 공장도 스마트공장화를 추진하는 등 창립 40년 만에 2000억원을 투입해 국내외 설비 리모델링에 나선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일렉트릭은 미국 현지 변압기 생산법인인 앨라배마 공장에 3000만달러를 투자해 연말까지 증설작업을 하기로 했다. 60메가볼트암페어 이상 초고압 변압기를 연간 80대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은 내년부터 62% 늘어난 130대를 생산하게 된다. 현대일렉트릭은 미국 대형 변압기 시장 선두 업체다. 연간 대미 수출은 2억달러 규모로 이 가운데 80%의 품목이 이번에 관세폭탄 대상이 됐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3일 한국산 초고압 변압기에 대한 반덤핑 4차 연례재심 최종판정에서 현대일렉트릭, 효성, LS산전, 일진전기 등 네 개 회사에 60.81%의 관세율을 부과했다. 국내 업체들은 즉각 국제무역법원(CIT)에 항소하기로 했다. 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수출 품목 가운데 관세 대상을 대부분 이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해 관세폭탄을 피해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일렉트릭은 기존 생산설비를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2년에 걸쳐 17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 800억원을 투입해 기존 변압기 공장을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시키고 고압차단기와 중저압차단기 공장도 내년까지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울산 공장은 연구개발(R&D)부터 설계, 생산, 제품 시험까지 한번에 수행하는 ‘미래형 공장’으로 바뀌게 된다.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생산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생산성도 20% 이상 높아질 전망이다.

작년 5월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현대일렉트릭은 그동안 현대중공업 사업부에 소속돼 과감한 설비 투자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내 1위, 세계 10위권 변압기 제조회사로서 2021년 매출 5조원을 달성하기 위해 올해 그 기반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일렉트릭 임원들은 오래전부터 공장 리모델링을 위해 선진 업체들을 연구해왔다. 주영걸 현대일렉트릭 사장은 “1978년 설립 이래 40년 만에 이뤄지는 가장 큰 수술”이라며 “지멘스 ABB 등보다 훨씬 뛰어난 설비를 갖춰 세계적인 품질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