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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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차장으로 재직 중인 이형우(37) 씨는 거주하고 싶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미리 사두는 방식으로 내집마련을 했다.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다간 영원히 내집마련을 못할 거 같아서였다.

서울에서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던 이 씨는 작년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면서 내 집 마련의 필요성을 느꼈다. 집값이 뛴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되면서 집을 사야겠다는 결심은 더욱 굳건해졌다. 어차피 살거라면 하루라도 먼저 사야겠다 싶었다. 결혼식을 반년 앞둔 시점부터 아내와 함께 서울 이곳저곳을 다니며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여자친구와 이 씨가 결혼 자금으로 10년 넘게 모아온 돈은 각각 1억원씩, 총 2억원 정도였다. 대출을 최대한 받는다고 해도 서울에서 살 수 있는 집은 많지 않았다. 자금 수준에 맞춰서 알아보다보니 연립주택, 빌라, 노후아파트 등이 전부였다.

부동산에 평소 관심이 많았던 이 씨는 입주 30년이 넘어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아파트를 보기 시작했다. 워낙 노후한 아파트여서 4억원 중반대면 매입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보기 힘든 가격이었다. 그러나 재건축 조합원으로서 앞으로 내야 할 추가 분담금까지 생각하니 부담이 너무 컸다. 결국 서울에서 집값이 낮은 지역 중심으로 다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답십리 래미안위브' 조감도.
'답십리 래미안위브' 조감도.
그러다 발견한 지역이 답십리였다. 지하철 5호선이 가까워 대중교통 이용이 쉽고 여자친구 근무지인 강남과 이 씨의 근무지인 종로로 출퇴근이 편리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전농뉴타운 개발 호재에 인근 공구상가 지역 개발도 예정돼있어 미래가치도 충분해보였다. 그길로 근처 부동산에 들어가 상담을 받았다.

중개업소 사장은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해둘 것을 권했다. 이는 일명 ‘갭투자’로도 불린다.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전세를 끼고 소액을 투자해 아파트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개발호재, 집값 상승요인 등을 우선순위로 두고 집을 알아보던 이 씨에게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이 씨는 “서울에서 부모님 도움 없이 내 집마련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투자를 염두에둔 실수요자들에게는 최선의 선택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중개업소에서 추천한 집은 일대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답십리 래미안위브’였다. 계약 시점인 작년 12월 기준으로 이 단지는 반년 새 1억원 이상 뛴 상태였다. 그럼에도 매물이 부족했다. 다만 전세가율이 높은 편이어서 초기 자금 부담이 적었다. 당시 '답십리 래미안위브' 전용 59㎡는 호가 6억5000만원에 전세가 4억5000만원 정도였다. 전세를 끼고 집값으로 모아온 2억원을 그대로 투자했다.

그렇게 지난해 말 이 씨는 자기명의로 된 첫 집을 갖게 됐다. 지금은 신혼생활을 시작할 전세집을 구하는 중이다. 신혼부부 우대 전세자금대출 중 금리가 낮은 상품을 비교하고 있다. 투기용이 아닌 실거주용으로 매입한 만큼 돈을 열심히 모아 4년 후에는 아파트에 반드시 입주하는 게 목표다. 입주민 커뮤니티에서 거주 만족도가 높다는 글을 볼 때마다 뿌듯하고 설렌다. 입주할 때 쯤엔 인근 전농뉴타운 개발과 시너지를 내며 집값이 동반상승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이 씨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둘 때는 해당 지역의 전세 수요가 꾸준한지를 사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적으로 전세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까닭이다. 그는 전세 만료 시기에 주변 입주물량이 몰리는 곳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세가격이 폭락하면 새로운 세입자를 원하는 전세가에 구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정리=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