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 외면한 '청년공제'… 지원금만 늘려 다시 내놓은 정부
‘연평균 수익률이 200%를 넘는데도 가입률이 저조한 관제(官製) 적금상품.’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2년형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2년형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2년간 300만원을 모으면 정부가 1300만원을 더해 1600만원의 목돈을 만들어주는 상품이다. 원금 대비 연평균 수익률을 따지면 217%에 달하지만 작년 목표 대비 가입률(예산 집행 기준)은 55%, 올해는 2월까지 7%에 그치면서 오명을 얻었다.

정부는 그럼에도 지난 15일 ‘특단의 청년 일자리대책’이라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 중소·중견기업 취업 청년이 3년간 600만원을 적금하면 정부가 2400만원을 더해주는 ‘3년형 청년내일채움공제’를 내놓겠다고 했다. 2년형 상품보다 지원금액과 가입기간을 늘린 이 상품은 청년 일자리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첫 직장서 무조건 2~3년 일하라니

이번 청년 일자리대책은 재정·세제·금융 지원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의 실질 연봉을 연 1000만원가량 3년간 높여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대기업이나 공기업만 쳐다보는 청년들의 시선을 중소기업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연 1000만원 중 800만원이 청년내일채움공제 몫이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실적이 이번 대책 ‘성공의 바로미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년형은 연평균 수익률이 133%에 달한다. 그러나 2년형 상품 가입실적을 보면 성공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2년형 상품을 위해 정부는 지난해 1946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집행은 1077억원(집행률 55%)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올해는 작년보다 1609억원 많은 3555억원의 예산을 짰고, 2월까지 집행은 249억원(7%)에 그쳤다.

청년들이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무가입기간이다. 2년형 상품은 정부가 주겠다는 돈을 받으려면 최소 2년간 같은 중소기업에서 일해야 한다. 3년형은 이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5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근속연수(2016년 기준)는 25~29세가 2.3년, 30~34세는 4.2년에 그친다.

경기 성남시가 19일 연 취업박람회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정다운 씨(23)는 “회사가 본인과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르는 신규 취업자가 청년내일채움공제 때문에 2~3년간 의무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취업 후 한 달 안에 신청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

“당장 한 달이 급한데 미래만 강요”

사회초년생이 2~3년간 월급의 일부를 반드시 떼내 모은다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2년형은 매월 12만5000원을, 3년형은 매월 16만7000원을 마련해야 한다. 취업준비생 여경수 씨(29)는 “당장 한 달이 급한 경우가 많은데 청년내일채움공제는 멀게만 느껴지는 미래를 강요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와 비슷하지만 신규 취업자가 아니라 기존 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내일채움공제는 누적 해지율이 22%(작년 9월 기준)에 달했다. 상당수가 다른 기업으로 이직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일부 중소기업은 기존 연봉을 깎고 그만큼을 청년내일채움공제로 채워 연봉을 유지하는 방식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지원을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 악용하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중소기업에서 3년 근무하고 3000만원 모으는 것보다 그 시간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낫겠다”는 말이 나온다.

한 재정 전문가는 “정부가 청년내일채움공제의 과거 집행실적 부진 등을 고려해 제도의 단점을 개선하기는커녕 단점을 오히려 더 키운 제도를 내놨다”고 평가했다.

김일규/이우상/심은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