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치료제를 만드는 바이오 기업 네이처셀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한 치료제 시판 허가에 대해 반려 처분을 받았다. 이 충격으로 19일 코스닥시장에서 네이처셀은 하한가로 추락했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조원 가까이 날아갔다.
네이처셀 '충격'… 하루새 시총 1조 사라졌다
◆코스닥 시총 6위에서 13위로

이날 네이처셀은 가격제한폭(1만8600원·29.90%)까지 떨어진 4만3600원에 장을 마쳤다. 회사가 개발 중인 퇴행성 골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 ‘조인트스템’이 식약처 산하 중앙약사심의위원회로부터 조건부허가 반려 처분을 받았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조건부허가는 암, 희귀질환 등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치료를 위해 긴급하게 도입이 필요한 의약품의 경우 임상 2상을 마친 뒤 시판할 수 있게 허용해주는 제도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네이처셀이 미국과 국내에서 진행한 임상 2상 결과 등을 지난 13일 심의한 뒤 치료제 효능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미국 임상에 참여한 환자 수가 13명에 불과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음을 검증하기에 부족하고 중간 분석 결과도 작위적 기준에 따라 도출했다는 게 심의위원회의 판단이다.

회사 측은 반발했다. 네이처셀 측은 “조인트스템의 미국 임상 2상에 대한 위원회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식약처와 논의를 거쳐 재심을 신청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가가 급락하면서 지난 16일 3조2926억원에 달했던 네이처셀의 시총은 2조3080억원으로 떨어졌다. 코스닥 시총은 6위에서 13위로 7계단 추락했다. 네이처셀은 조인트스템 외에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스트로스템’과 버거씨병 치료제 ‘바스코스템’ 등의 임상시험 기대감에 올 들어 주가가 89.15% 올랐다.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는 과거 황우석 박사 등과 함께한 줄기세포 연구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과거 라 대표가 대표로 있던 알앤엘바이오(현 알바이오)는 2005년 상장한 뒤 치매 관련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무허가 치료제 제조 논란과 자본잠식 등 문제를 겪으며 2013년 상장폐지됐다.

◆다른 바이오주는 꿋꿋

이날 네이처셀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시장 내 다른 줄기세포 관련주는 선방했다. 코스닥시장이 1.50% 하락한 가운데 파미셀(18.13%) 메디포스트(0.20%) 강스템바이오텍(0.35%) 등 줄기세포주는 올랐다.

셀트리온헬스케어(-1.47%) 신라젠(-0.08%) 메디톡스(1.12%) 등 코스닥시장 시총 상위 바이오주들도 소폭 조정받거나 상승했다.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신약 계약의 일부가 2년 전 해지됐을 때는 제약·바이오업종 전체가 충격을 받았다.

지금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임상 중단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학습효과가 투자자들 사이에 생겼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이태영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기업 가치를 임상, 논문 발표 등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증명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장기간 옥석 가리기 과정이 이어지면서 바이오주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고 평가했다.

국내 줄기세포 바이오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파미셀의 급성심근경색 치료제(하티셀그램-AMI)는 2011년 7월 식약처로부터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메디포스트가 개발한 무릎연골결손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의 지난해 4분기 시술 건수는 74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0% 증가했다. 제약업종의 한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허가받은 줄기세포 치료제 7개 중 4개가 한국 제품”이라며 “줄기세포치료제 연구 허용 범위를 확대하려는 정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기대감이 살아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전예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