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962년 외환시장 개설 이후 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한 적이 없다. 투기세력의 악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서다. 하지만 최근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검토하기로 한 것은 환율조작국 문제를 푸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 카드 꺼낸 정부, 환율조작국 우려 벗을까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미국과 교역하는 주요국 환율정책을 평가하고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도 담는다. 환율조작국 지정은 세 가지 기준에 따라 정해진다. △현저한 대미(對美) 무역흑자 △상당한 경상흑자 △지속적 일방향 시장 개입 등이다. 이 기준에 모두 해당하는 국가는 흔히 환율조작국으로 부르는 심층분석대상국이 된다. 환율조작국으로 분류되면 미국 정부의 공공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환율정책 감시도 받게 된다.

현재 환율조작국으로 분류된 국가는 없다. 한국은 ‘지속적 일방향 시장개입’을 제외한 두 가지 요건에 해당돼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렸다. 이 때문에 환율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나머지 한 가지 요건마저 해당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졌다. 미국도 한국이 자국 수출에 유리하도록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내비쳐왔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후에는 압박이 더 세졌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시했다. 환율보고서는 IMF 의견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데 IMF는 줄곧 한국 외환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권고했다.

정부는 환율조작국 우려가 커지자 외환시장의 선진화 방안을 고민해왔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 일본 호주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는 외환시장 개입 후 1개월, 인도는 2개월, 미국은 3개월 이후 개입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중 한국과 중국 터키 정도만 비공개로 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철강관세와 환율보고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에 대해 우리 입장을 잘 설명할 것”이라고 썼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