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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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21억 개가 매도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비트코인 총 발행 예정량인 2100만 개의 100배에 해당한다. 비트코인값을 1000만원이라고 쳐도 원화로 2경1000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개당 0엔에 매도돼 실제 현금이 오가는 일은 없었다. 국내외 가상화폐업계에선 각국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를 더 이상 강화하고 있지 않지만 이 같은 사건·사고가 잦아 가격이 오르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일본 가상화폐거래소 자이프는 지난 16일 오후 5시40분부터 약 18분 동안 비트코인 21억 개를 0엔에 매도했다. 이를 발견한 회원 7명이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자이프는 시스템 오류로 발생한 것이기에 6명의 거래를 취소하고, 나머지 1명과는 거래 취소 여부를 협의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일본 매체에 뒤늦게 보도됐으며 한국엔 지난주 후반 알려졌다.

국내외 금융계는 이 같은 물량의 비트코인이 매도된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고 있다. 비트코인은 2100만 개까지만 발행되며 현재까지 채굴된 물량은 1700만여 개다.
일본서 비트코인 21억개 0엔에 매도 '해프닝'
가상화폐 전문가는 “그동안 일부 가상화폐거래소가 보유한 물량 이상의 가상화폐를 매물로 등록하거나 스스로 가상화폐를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다는 논란에 휩싸여왔다”며 “자이프 사건은 이 의혹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한 달간 세계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이 같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일본 거래소 코인체크는 해킹으로 인해 5600억원 상당의 ‘뉴이코노미무브먼트’를 잃었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30일에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의장이 미국 상원의회에 소환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CFTC가 조사 중인 미국 테더의 ‘사기 발행’ 논란이 한층 가열됐다.

지난 5일에는 국가정보원에서 북한이 지난해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를 해킹해 수백억원을 챙겼다고 발표했다. 9일에는 이탈리아 거래소인 비트그레일이 해킹으로 1800억원 상당의 가상화폐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건·사고는 가상화폐 시장 자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져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가상화폐업계의 분석이다.

25일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은 1140만원 수준(빗썸 기준)에 거래됐다. 전날 1232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7%가량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전날 오전 내내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오후 3시30분께 세계 최대 거래소인 비트파이넥스에 비트코인 2400개(약 266억원)가 한꺼번에 매물로 올라오자 5분 만에 7.5% 수직 하락했다. 1만277달러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한순간에 9505달러까지 내려가면서 투자자들은 패닉셀에 들어갔다. 이후 가격은 꾸준하게 하락해 12시간 뒤에는 9350달러까지 내려갔다.

한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2500만원대까지 올라갔던 비트코인 가격이 한 달 넘게 하락 및 횡보를 지속하자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의감이 짙어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