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성폭력 시도 폭로에 천주교 당혹…개신교계도 '미투' 꿈틀
"성역은 없다"… 종교계로 번진 '미투'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개하는 '미투' 움직임이 종교계로 번지고 있다.

24일 종교계에 따르면 천주교 신자에 의해 7년 전 일어났던 한 신부의 성폭행 시도가 폭로되자 천주교는 무척 당혹해 하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유명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에도 모습을 나타냈던 이 신부가 소속됐던 수원교구는 이 신부에 대해 정직 처분을 내린 데 이어 후속 대책을 논의 중이다.

사건 당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으로 남수단에서 선교 봉사활동을 했던 이 신부는 정의구현사제단에서도 탈퇴했다.

그동안 천주교 사제의 성범죄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6년 서울대교구의 한 신부가 신자 성추행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해에도 신부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미투 바람이 거센 가운데 피해자가 직접 실명을 공개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천주교 측도 과거 사례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교황청의 지침에 따라 성직자의 성범죄에 대해 처리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기회로 이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개신교계에서도 미투 운동이 꿈틀거리고 있다.

오는 7월 기독교반(反)성폭력센터를 개소하는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센터 개소에 앞서 내달 2일 '교회 내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개최한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과거에는 교회 내 성폭력 당사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였는데 최근 미투 열풍이 불어닥친 후 오래전 성폭력을 경험했던 당사자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번 행사도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기 대회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온라인으로 사례를 신청받아 참가를 결정하고 신청서를 작성한 이들에게만 모임 장소와 시간을 공개할 예정이다.

센터는 이날 행사에서 나온 피해자들의 경험담과 추가로 접수되는 제보들을 엮어 사례집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종교계의 성폭력은 성직자의 막강한 권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이어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피해 사실을 공개할 경우 교회 내에서 피해자를 '꽃뱀', 심지어는 '이단'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최근 교회 내 성추행 피해를 미투 해시태그 걸어 공개한 한 여성은 지난 23일 여성민우회 주최로 열린 '미투' 자유발언 행사에 나와 "교회는 목사의 권위가 절대적인 비민주적인 구조가 대부분이어서 피해 사실이 알려져도 목사를 두둔하거나 침묵을 강요하고 협박하는 2차 피해가 심하다"며 교회 내에서도 미투 운동이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불쾌했던 기억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해도 교단이나 종단 차원에서 이를 은폐하거나 뭉개버리는 사례가 빈번했고, 피해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제재가 미흡한 경우가 많았다.

2010년 한 여성 신도의 제보로 시작된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논란이 대표적이다.

많은 제보자가 '미투' 대열에 동참하면서 피해자들의 증언을 담은 책이 발간됐고 법원에서도 성추행 혐의가 인정됐지만, 전 목사의 면직을 요구하는 교계 내 목소리에 교단은 응답하지 않았다.

성직자 성범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예장통합) 총회의 경우 올해부터 소속 교회 목회자를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의무 교육을 하기로 하는 등 일부 교단이 대응에 나서기도 했으나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김애희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지난해 몇몇 개신교 교단이 성폭력에 관한 특별법을 교단법으로 제정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잇따라 총회에서 부결됐다"며 "예장통합의 성폭력 예방 교육도 내부 인력을 단기간 교육시켜 강사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