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컬링 한국 대표팀 스킵(주장) 김은정(오른쪽)과 일본 대표팀 주장 후지사와 사츠키. 사진=연합뉴스
여자컬링 한국 대표팀 스킵(주장) 김은정(오른쪽)과 일본 대표팀 주장 후지사와 사츠키. 사진=연합뉴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에 1점차 패한 일본 여자컬링의 스킵(주장) 후지사와 사츠키(27)가 김은정(28) 스킵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23일 한국 대표팀을 연장까지 추격하는 명승부를 연출한 후지사와는 1점 차 패배 이후 눈물을 흘리며 아쉬웠지만 승자의 실력을 인정하는 스킵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전날 일본 여자컬링 대표팀은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 준결승전에서 한국 '팀 킴(Team Kim)'을 10엔드 7대7 동점을 만들며 끈질기게 추격했다.

연장 11엔드, 후지사와의 마지막 드로는 압권이었다. 절묘하게 하우스 중앙에 가장 가까운 지점에 마지막 공을 놓는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김은정의 마지막 드로, 단 1스톤만이 남았다. 명승부의 절정이었다. 김은정은 특유의 차분함을 유지한채 마지막 샷을 던졌다. 김은정의 손을 떠날 때 스톤이 다소 약해보였다.

TV 중계 해설위원도 말끝을 흐리던 때, 팀 킴 스위퍼 3명이 전부 달라붙어 스톤의 속도에 혼신의 스위핑을 더했다. 결국 그 스톤은 후지와라의 마지막 드로보다 중앙에 더 가까운 지점에 멈춰섰다.

8대7 한 점차 승리, 한국 여자 컬링이 아시아 최강 일본을 넘어 올림픽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한 순간이었다.

팀 킴은 스킵 김은정을 중심으로 부둥켜 안고 기쁨의 눈물을 일본 주장 후지사와는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24일 "후지사와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굳이 그 마지막 드로를 언급하지 않아도, 김은정은 이미 충분히 좋은 선수다.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후지사와는 "정말 아쉽다. 좀 더 완벽해야 했다"며 "후회가 남아 눈물이 나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은정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일본전에 꼭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팀은 다 이겼는데, 일본에만 져서 화가 많이 났지만 다음에는 꼭 이기자는 목표 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은정도, 후지사와도 주장으로서 국가 대표로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던 셈이다.

일본 대표팀의 동메달 도전은 아직 남았다. 24일 밤 8시 영국과 3, 4위전 한판이다. 후지사와는 "아직 준결승 결과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동경했던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건 한판 승부를 겨룬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 역시 폐막식날인 25일 오전 9시 스웨덴과 금메달을 놓고 마지막 1승을 꿈꾸고 있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 한국과 일본 여자 컬링 양팀 모두 아시아의 자존심을 건, 반드시 이겨야하는 마지막 한 경기씩을 남겨두고 있다. 양팀이 평창 메달 시상대에 함께 오를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