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상·하원 군사위 대표단 방한 > 제임스 이노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맨 왼쪽)을 비롯한 미 상·하원 군사위원회 대표단 일행이 23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이들은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나 한·미 동맹 강화 및 북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 美 상·하원 군사위 대표단 방한 > 제임스 이노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맨 왼쪽)을 비롯한 미 상·하원 군사위원회 대표단 일행이 23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이들은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나 한·미 동맹 강화 및 북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을 계기로 북·미 접촉 가능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지만 미국으로선 북한과의 대화를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한해 지난 9일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행보에 맞대응하는 형식으로 천안함 폭침 주범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북한 대표단장으로 보내서다.

이 때문에 북한이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영철을 파견하기로 한 것은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 남북대화용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영철은 대남용인가

북한은 평창올림픽 개회식 때부터 미국과의 대화를 의식한 행보를 보여왔다. 백악관이 지난 1일 펜스 부통령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을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보낸다고 하자 사흘 뒤 북한은 권력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한국을 방문한다고 알려왔다.

이번에도 순서 측면에선 비슷했다. 백악관이 21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다고 발표하자 몇 시간 뒤 곧바로 북한도 고위급 대표단 명단을 우리 측에 보내왔다.

그러나 양국 대표단장 면모가 달랐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보좌관이 오는 데 북한의 대표는 김영철이었다. 게다가 김영철은 각종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는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북한 정찰총국장을 맡았다. 당시 우리 군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담당하는 북한군 4군단과 대남공작을 맡은 정찰총국의 소행이라며 각각 4군단장과 정찰총국장이던 김격식과 김영철을 주도 인물로 추정했다.

김영철이 이끈 정찰총국은 이외에도 연평도 포격, 북한의 사이버 테러 등 크고 작은 대남 도발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게다가 김영철은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31개국의 제재 대상 명단에 올라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런 점을 알고도 김영철을 대표단장으로 보내는 건 이유가 따로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 접촉보다 남북정상회담 같은 남북대화를 위한 카드로 김영철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청와대도 10일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만남을 주선하던 것과 달리 이번엔 “북·미 접촉 계획이 없을 것”이라고 발을 빼고 있다.

美, 대화보다 제재

미국도 ‘김영철 카드’를 확인하고 대화보다 제재를 강조하고 있다. 최대 규모의 대북 추가 제재를 예고하는가 하면 김영철에게 “천안함기념관에 가보기를 바란다”고 압박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인 김영철의 한국 방문을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가 (한국을 방문한다면) 천안함기념관에 가서 그에게 책임이 있다고 여겨져온 것을 보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경기 평택 해군2함대 안보공원에 있는 천안함기념관에는 파괴된 천안함 선체가 전시돼 있다. 펜스 부통령은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한했을 때 천안함기념관을 둘러봤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북·미 간 깜짝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경제에 타격을 주는 대북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해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고 미국은 강력한 대북 압박 속에서도 비핵화 대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어트 대변인도 “우리는 한국과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다”며 “올림픽 개회식을 위해 한국에 김정은의 여동생이 왔을 때처럼 (김영철의 방문 허용 여부를) 한국과 긴밀하게 조율 중”이라며 한·미 간 정책 공조가 잘 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인설 기자/워싱턴=박수진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