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한국GM 사태’ 등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정부세종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한국GM 사태’ 등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정부세종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가 안 풀릴 때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하는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정부가 또 꺼내 들었다. 명분은 ‘일자리’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일자리 추경’ 명목으로 11조원을 쏟아부었다. 그러고도 실업문제가 좀체 풀리지 않고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자 또 추경편성을 내건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16.4%) 여파로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청년층의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미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고용 상황이 더 악화할 조짐을 보이자 추경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일자리 대책에 집중적으로 퍼붓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작년 ‘세수호황’을 바탕으로 ‘땜질식 경기 대응’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자리 악화에 꺼낸 추경카드

일자리 가운데서도 특히 청년 고용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2018년 1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실업자는 102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만2000명 늘었다. 1월 기준으로 2010년(121만8000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청년층(15~29세)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실업률은 3.7%로 전년 동월 대비 변화가 없었지만 청년 실업률은 8.6%에서 8.7%로 높아졌다.

아르바이트생이 몰려 있는 15~19세는 9.9%에서 11.1%로, 20~24세는 8.8%에서 9.4%로 비교적 큰 폭으로 실업률이 높아졌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청년층이 비교적 많이 취업해 있는 아르바이트 등 단기 일자리가 악화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한국GM 철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조업에서도 고용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면 협력업체를 비롯해 1만 개 넘는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저임금 인상·GM 충격에… 초과 세수로 일자리 추경하겠다는 정부
◆세수 23조원 더 걷혔는데…

정부가 2년 연속 추경에 나서는 배경에는 ‘세수호황’이 있다. 지난해 국세 세수는 전년보다 23조원 가까이 급증한 265조4000억원이 걷혔다. 당초 본예산 때 잡았던 추정치보다 23조1000억원, 추경 편성 때의 추정치보단 14조3000억원 많은 수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 리스크에 따른 일자리 상황이 악화되자 기업들과 가계에서 거둬들인 세금을 바탕으로 일자리 추경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기업들의 세 부담이 늘어나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제 체질 개선 없이 땜질식 처방을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는 정부 돈으로 경제 성장을 사는 ‘재정 중독’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015년 11조6000억원, 2016년 11조원의 추경을 편성하는 등 매년 대규모 추경에 의존하는 재정정책을 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을 편성하면 그 규모만큼 거의 그대로 경제성장률에 반영된다”며 “정부로서는 추경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라고 털어놨다.

◆일자리 대책도 논란

청년 일자리 대책도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우려되고 있다. 기재부는 청년 일자리 대책의 일환으로 청년 창업자에 대해 창업 이후 최대 10년 동안 소득세와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은 기재부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브레인스토밍 차원에서 나온 의견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중장년층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 창업자에게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