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출근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시차출근제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구감소 충격을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하기 위한 시도들이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편의점업계 1위인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세븐아이홀딩스는 다음달부터 그룹사 전체 사원의 30%에 육박하는 1만 명을 상대로 시차출근제를 적용키로 했다. 세븐아이홀딩스 사원들은 오전 8시, 9시, 10시 중 하나를 선택해 출근하면 된다. 출근시간은 제각각이지만 하루 근무시간은 7시간45분으로 종전과 변함이 없다.

회사 측은 지난해 여름 1600명의 사원을 상대로 시차출근제를 시험운용한 결과, 오전 8시와 10시 출근자의 시간외 근무가 종전보다 20~30%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앞서 시차출근제를 도입한 손보재팬에선 지난해 11~12월에 이 제도를 이용한 사원이 2년 전보다 70% 늘어난 2100명에 달했다. 민간기업뿐 아니라 도쿄 도시마구도 지난해 10월 시차출근제를 도입하는 등 공공기관으로도 시차출근제가 확산되고 있다. 도시마구 관계자는 “아침이나 저녁에 열리던 불필요한 회의가 줄면서 생산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도쿄에서만 총 1000여 개 기업이 시차출근제를 채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차출근제가 확산되면 출퇴근 시 전철이나 버스, 도로 혼잡을 줄여 사회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의 사회생활기본조사에 따르면 일본인들의 평일 평균 통근시간은 1시간17분으로, 유럽 주요국에 비해 50%가량 더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나 자택 근처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히타치제작소는 도쿄와 가나가와현에 총 8곳의 사무공간을 마련했다. 직원들이 자택에서 가까운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배치한 좌석이 총 900석에 달한다. 사무기기업체인 코니카미놀타도 영업사원들이 외근 후 본사로 복귀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위성 사무실을 확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근로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한 노동방식 개혁 방안의 하나로 획일적인 근무 형태 개선 및 시차출근제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