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이 22일 의원총회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북한 김영철의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채익·강석호·김태흠 의원, 김 원내대표, 윤재옥·박대출·민경욱 의원. 연합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이 22일 의원총회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북한 김영철의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채익·강석호·김태흠 의원, 김 원내대표, 윤재옥·박대출·민경욱 의원.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22일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키로 한 데 대해 “김영철은 대한민국을 공격한 주범”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은 23일 청와대를 항의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영철 방문 철회를 공식 요청하고 국회에선 안보 관련 상임위원회를 열어 관계부처 장관들을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북한의 전격적인 김영철 파견을 놓고 정치권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에서 김영철 방문과 관련해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김영철의 방문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당론을 정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의총 후 “김영철은 대남 정찰총국 책임자로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도발을 주도한 자”라며 “한국 땅을 밟는다면 긴급 체포하거나 사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정권이 정말 친북 주사파 정권이거나 무뇌아 정권이 아니고서야 생때같은 우리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철천지원수를 맞아들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문 대통령은 김영철 방문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의원들이 김영철에 대해 “살인범”이라고 하는 등 의총은 격앙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한국당은 국회 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방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 등 안보 관련 상임위를 열어 정부를 상대로 김영철 방문 결정 과정을 따져 묻기로 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애국적 요청에도 문 대통령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답변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답변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도 김영철 방문에 반대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김영철은 천인공노할 대남 도발의 기획자이자 원흉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며 “대북제재를 훼손하면서까지 대표단 방문을 수용하는 정부의 태도는 극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엔 ‘김영철 방문 반대’ 청원이 수십 건 올라왔다.

반면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북한이 김영철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 방문도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정면충돌했다. 서청원 한국당 의원은 “김영철은 도발의 아이콘이며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주도한 사람인데 어떻게 이런 인간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과거 국방부가 천안함 도발에 대해 구체적인 사람의 책임 소재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어 “북핵 해결을 위해선 북·미 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북쪽에서 남북 대화를 총괄하는 게 김영철”이라며 “그런 사람들과 마주앉아 이런 얘기를 전달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김영철 파견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심재권 외통위원장은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사건의 주범으로 규정된 바도 없고, 우리나 미국의 제재에도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 아니냐”며 “전쟁 중에는 당사자 간 대화도 있을 수 있고 심지어 인질범과도 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영석 한국당 의원은 “그런 정파적인 발언을 하려면 위원장을 그만둬라. 자격이 없다”고 항의했다. 같은 당 이주영 의원은 책상을 내리치며 “이런 위원장이 어디 있느냐”고 반발했다. 심 위원장은 “이 의원처럼 품위 없게 하는 위원도 없다”고 받아쳤다. 여야 간 고성이 그치지 않자 심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박종필/유승호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