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실버푸드 시장이 열리고 있다. 사진= 아워홈 제공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실버푸드 시장이 열리고 있다. 사진= 아워홈 제공
국내에서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시니어들을 위한 실버푸드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버푸드는 치아가 불편하거나 소화 기능이 약화된 고령층을 위한 음식으로 이유식을 만들던 분유회사, 급식사업을 하는 식자재업체 등 관련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이같은 수요를 잡기 위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이유식에서 노인식으로 포트폴리오 바꾼다

매일유업은 20일 '사코페니아' 연구소를 출범하고 시니어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사코페니아는 팔과 다리 등을 구성하는 골격근이 정상보다 크게 줄어드는 근감소증을 뜻하는 말이다. 노년층에서 자주 나타난다.

매일유업은 고령층에게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이 증상을 딴 이름의 연구소를 만들어 그동안 영유아에 집중했던 사업 구조를 성장성이 큰 시니어 사업쪽으로 돌리겠다는 포석이다.

매일유업은 사코페니아 연구소를 시니어들을 위한 영양과학연구의 메카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사코페니아 질환 관련 학술연구 및 국내외 트렌드 리서치 등 전문적인 종합연구조직을 목표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향후에는 사코페니아를 앓고 있는 고령층을 타겟으로 한 제품도 나온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시니어층은 단백질 흡수 비율이 떨어지므로 류신 등이 풍부한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소 출범을 계기로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이유식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동후디스는 고령층을 겨냥한 분유 및 액상 유제품 등을 후보로 놓고 실버푸드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최대 유업체인 서울우유협동조합도 시니어들을 위한 제품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급식업체들은 요양원·병원 공략

현재 국내 실버푸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급식업체들이다.

CJ프레시웨이는 2015년부터 시니어 전문 식자재 브랜드 '헬씨누리'를 론칭했다. CJ프레시웨이는 영양 공급을 넘어 면역력 증강과 만성질환 예방 등 치료에 도움을 주는 식단을 제공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풀무원 계열 식자재 유통전문기업 푸드머스는 2015년 시니어 전문 브랜드 '소프트메이드'를 선보였다. 고령자의 치아 저작(음식을 입으로 씹는 것) 능력을 4단계로 분류해 맞춤 제품과 고령자 전용 식이요법 상품 등을 내놨다.

푸드머스는 요양병원이나 병원급식재료로 납품하는 B2B(기업 대 기업 간의 거래) 형태로 시장에 접근해 차별화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연화식(軟化食) 전문 브랜드 '그리팅소프트'를 지난해 10월 내놨다. 부드러운 스테이크, 뼈째로 먹을 수 있는 생선 등이 반응이 좋다는 설명이다.

아워홈 역시 국내 최초 효소를 활용한 연화식 개발에 성공하면서 실버푸드 시장에 진입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6년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조사'에 따르면 2011년 5104억원 규모였던 실버푸드 시장은 지난해 약 1조1000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오는 2020년엔 16조원 규모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시니어층이 자신의 신체 상황에 맞게 적합한 음식을 구매할 수 있도록 구분하기 위해 실버푸드 산업 표준 만들기에도 착수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