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인 시스템반도체 개발회사 알파홀딩스가 영업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2의 신라젠’으로 불리며 최근 2주간 주가가 세 배 가까이로 올라 주목받고 있다.

20일 알파홀딩스는 100원(0.28%) 내린 3만565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은 잠시 숨을 골랐지만 최근 2주 사이 주가는 193.42% 올랐다. 작년 말만 해도 1419억원에 불과하던 이 회사 시가총액은 두 달여 만에 3000억원가량 불어나 4673억원에 달했다.
알파홀딩스가 '제2의 신라젠'이라고?
알파홀딩스는 시스템반도체 제품을 설계하는 팹리스 회사에 초고속 데이터 인터페이스(IP)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것이 주력 사업이다. 최근 실적은 좋지 않았다. 2016년 1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6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반기보고서 미제출로 3월24일부터 9개월 가까이 거래가 정지되며 상장폐지 위기를 겪기도 했다. 지난해 12월20일 거래가 재개됐지만 주가는 1만2000원 안팎에 머물렀다.

알파홀딩스의 급등세는 한 증권사의 보고서 발간을 전후로 시작됐다. 보고서는 본업인 반도체가 아니라 이 회사가 투자한 바이오 회사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8일 오병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제2의 신라젠이 될 기업’이라는 제목으로 알파홀딩스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오 연구원은 “알파홀딩스는 2016년 미국 회사 바이럴진에 투자해 37.6%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면서 신약 사업에 진출했다”며 “이 회사가 가진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은 신라젠의 펙사벡과 상당히 닮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바이럴진이 개발한 GCC백신은 대장암에서 전이되는 암을 예방하는 세계 최초의 백신”이라고 소개하며 “펙사벡과 같은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 투여가 가능한 항암바이러스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은 제시하지 않았다. 보고서가 나온 당일 알파홀딩스 거래량은 215만1140주로 전날(51만9644주)의 네 배를 웃돌았고 주가는 30.00% 급등했다. 이날을 포함해 3거래일 연속 매일 상한가를 찍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매출 기여가 전혀 없는 해외 자회사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주가에 반영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임상 1상을 완료한 파이프라인을 간암 치료 영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신라젠의 펙사벡에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사 바이오업종 애널리스트는 “바이오주는 임상 단계별로 수년의 시간이 걸리고 어렵게 탄생한 신약도 유통과 판매라는 어려운 관문이 있다”며 “알파홀딩스가 최근 급등하면서 개인투자자 자금이 대거 몰려 급등락 등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