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온 ‘동맹국’ 이란과 러시아가 시리아 내 경제적 이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아파의 맹주 이란은 시리아 정부에 수년간 막대한 투자를 하며 많은 역내 이권을 차지해왔다. 서방 제재로 외환보유액 고갈 위기에 몰린 시리아 정부를 위해 2016년 말까지 40억달러(약 4조3000억원) 한도의 신용대출을 지원했고, 이후에도 36억달러 신용대출을 추가 제공했다. 시리아 정부는 이 자금 중 상당액을 이란 상품을 수입하는 데 쓰고 있다. 아마르 마지디야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시리아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 되는 것이 이란의 목표”라고 지적했다. 이란 정부와 혁명수비대 연계 단체를 중심으로 이동통신과 인산염 광산 채굴, 5000만㎡ 규모의 농지 이용, 전력망 복구 등 여러 건의 사업 양해각서(MOU)도 시리아 정부와 체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이권 사업이 알아사드 정권의 또 다른 최대 지원국 러시아의 견제로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MOU 등 서류상으로는 이란이 시리아에서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을 얻었지만 대부분의 사업 시행이 지연되고 있다. 한 시리아 사업가는 “이동통신 사업은 MOU를 체결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계약서에 서명도 안 한 상태”라며 “이란인들은 지금까지 시리아에서 어떤 경제적 이익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러시아 관료는 시리아에 대한 서방의 관여만큼이나 이란의 투자를 제한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이란을 견제하는 한편 시리아의 ‘알짜’ 사업들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화력 발전소와 대규모 곡물 제분소 건설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국영 에너지 기업을 앞세워 자원 개발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티그리스강 유역에서 가스를 채취하고, 25년에 걸쳐 1억달러(약 1000억원) 규모의 유전을 개발할 계획이다. 내전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유엔이 3000억달러 규모로 추산하는 시리아 재건사업이 본격화하면 이란과 러시아의 이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