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검찰에 넘긴 데 이어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보험사와 카드사 등 2금융권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의혹 조사에 나선다. 하지만 전수조사가 이뤄진 은행권과 달리 비리 제보가 접수된 업체 위주로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2금융권에선 금융감독원 조사가 자율경영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경영진에 대한 각종 음해성 투서가 잇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보 받아 2금융권 채용비리 조사하겠다는 금감원
금감원은 지난 8일 ‘금융회사 채용비리 신고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전 금융권이 대상이지만 사실상 보험, 카드, 증권,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겨냥한 것이다. 금감원은 “2금융권의 채용실태에 대한 지도감독이 필요하다”고 신고센터 운영 취지를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30일 긴급회의를 열고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를 2금융권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이번 신고 대상은 채용 과정에서 서류심사나 면접 결과를 조작한 경우, 채용과 관련해 청탁하거나 부당지시한 경우 등이다. 채용 전형을 불공정하게 운영하는 것도 신고 대상이다. 업계는 금감원이 비리 제보에 따른 ‘타깃 조사’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과 달리 2금융권은 회사만 수백 곳에 달해 전수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로 인해 사회적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2금융권 업체의 비리 정황 증거들을 뒤늦게 찾는 건 사실상 어렵다는 점도 당국이 제보 위주 조사를 하는 또 다른 이유로 분석된다.

2금융권에선 은행과 달리 ‘오너기업’이 많은 업계 특성상 당국이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하면 자율경영이 침해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보험사 임원은 “민간기업들은 각 업체 특성에 맞게 합리적인 채용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며 “혹시나 당국이 채용 관련 업체의 ‘재량권’을 ‘비리’로 간주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금감원의 신고센터 운영 취지와 달리 경영진에 대한 음해성 투서가 잇따를 수 있다는 점도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 당시에도 당국과 정치권에 특정인에 대한 내부비리 투서가 잇따라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과 달리 조사 대상이 광범위한 2금융권은 당국이 비리 투서에 의존해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제 수사권이 없는 금융당국의 한계상 조사가 관계자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민/박신영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