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그룹을 꿈꾸는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자신의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상장지수펀드(ETF)의 본산(本山)’인 미국 뉴욕에서 ETF 전문 운용사를 손에 넣으면서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글로벌 ETF 자산은 300억달러(약 32조3700억원)를 넘어서 ETF 부문 세계 18위로 올라선다. 박 회장은 조만간 추가 금융회사 매입 가능성을 거론하며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 미국 ETF 운용사 5억달러에 인수
◆글로벌엑스, 로봇·AI ETF로 인기

미래에셋운용은 18일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ETF 운용사 글로벌엑스(X)매니지먼트컴퍼니를 5억달러(약 5395억원) 안팎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가격에 대한 최종 조율은 이달 안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인수 가격은 2011년 사들인 캐나다 ETF 운용사 호라이즌보다 세 배 이상 큰 규모다. 호라이즌은 자회사인 호주의 베타셰어즈를 포함해 1450억원이었다.

글로벌엑스는 2008년 설립된 이후 운용자산이 102억달러(1월 말 기준)까지 증가했다. 지난 한 해에도 4조원 늘었다. 총 52개의 ETF를 운용하고 있는 글로벌엑스는 다수의 차별화된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테마형과 인컴형, 국가단위형, 스마트베타형 ETF로 구분해 상품 구색을 갖췄다. 테마형(25개)은 기술발전, 가치투자, 인구구조, 자원 등 네 가지 주제로 상품이 나뉜다. 가장 주목받는 상품은 로보틱스앤드인공지능(BOTZ) ETF다. 로봇과 인공지능(AI) 활용에 따른 수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하는데 지난해 수익률이 58%를 초과했다. 나스닥지수 상승률의 두 배에 육박하는 성과다.

◆박 회장, 해외 진출 진두지휘

글로벌엑스 인수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을 세계적 금융회사로 키워내겠다는 박 회장 의지가 담겨 있다. 이번 글로벌엑스 인수로 전 세계 ETF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은 이번 인수로 ETF 순자산이 200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증가하고 운용 규모 순위가 세계 21위에서 18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박 회장은 “글로벌엑스 인수는 ‘미래에셋 글로벌 픽처’의 밑그림으로 생각한다”며 “이를 계기로 조만간 국내외 금융회사를 매입한다는 소식이 추가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회장은 ETF 시장이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 특별한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전 세계 ETF 시장은 상품 수가 5311개, 순자산이 4조600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커졌고 지난해 순자산이 37% 증가했다”며 “글로벌엑스 인수로 전 세계 금융투자업계의 핵심 성장산업에서 주도권을 노려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국내 금융회사에서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 중 하나로 꼽힌다. 미래에셋운용은 2003년 홍콩에 국내 최초 해외 운용법인을 세운 이후 인도, 영국, 미국, 브라질까지 법인을 확대했으며 12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