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기술(IT)업계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중국인의 일상생활을 점령해가고 있다. 의식주부터 이동수단, 금융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 관련 분야 기업 수십 곳에 투자하면서 14억 중국인의 삶을 장악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회사는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입도선매하면서 중국의 창업 생태계도 좌지우지하고 있다.

◆중국인 의식주 쥐락펴락

알리바바는 최근 중국 최대 가구업체 쥐란즈자 지분 15%를 55억위안(약 9500억원)에 사들여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쥐란즈자는 실내 디자인, 인테리어, 가구, 스마트 물류 등에서 체계적인 플랫폼을 구축한 기업이다. 중국 전역에서 22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600억위안을 기록했다.

알리바바는 쥐란즈자 지분 인수를 시작으로 주거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주거는 의류나 식품보다 시장 규모가 훨씬 크다. 부동산 기초 산업인 건설업은 알리바바로선 진입하기 쉽지 않은 분야로 꼽혀왔다. 반면 인테리어와 가구 등은 비교적 접근하기 쉬워 알리바바의 타깃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패션·음식 배달·주택 매매까지… 중국인 삶 지배하는 알리바바·텐센트
텐센트도 주택 매매와 임대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초 중국 최대 주택 서비스 기업 롄자에 30억위안을 투자했다. 텐센트는 의류산업에도 손을 뻗었다. 이달 초 ‘중국판 유니클로’로 불리는 의류업체 하이란즈자 지분 5.31%를 25억위안에 매입했다. 하이란즈자는 중국 전역에 5000여 개 매장을 두고 있다.

양사는 먹는 분야에도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알리바바는 작년 11월 중국 4위 슈퍼마켓 체인인 가오신유통 지분 36%를 사들였다. 싼장쇼핑, 인타이쇼핑, 롄화마트 등 중국 유명 슈퍼마켓과 백화점에도 투자하며 오프라인 시장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다. 텐센트는 작년 말 중국 5대 슈퍼마켓 체인인 융후이마트와 세계적 유통업체 카르푸에 잇따라 투자했다.

오프라인 마트뿐 아니라 배달, 주문, 예약 등을 포함한 온라인 음식 서비스도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사실상 점령했다. 중국 음식 배달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메이퇀과 어러머는 각각 텐센트와 알리바바에서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았다. 메이퇀과 어러머의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이동수단과 모바일 결제도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의식주를 넘어 이동수단과 모바일 결제 분야까지 좌지우지한다. 두 회사는 중국 최대 차량 공유서비스 기업 디디추싱에 자금을 지원했다. 디디추싱은 디디다처와 콰이디다처가 2015년 합병해 탄생했는데 텐센트는 디디다처 창업 초기에 1200만달러(약 130억원)를 투자했고, 콰이디다처는 알리바바 자회사였다.

중국 자전거 공유서비스 기업 1, 2위를 다투는 모바이크와 오포의 배후에도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있다. 모바이크의 최대주주는 텐센트고, 오포는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에서 투자받았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페이는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 역시 양분하고 있다. 지난해 55조위안으로 커진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각각 49%, 4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작년 중국의 모바일 결제 사용자는 7억2000만 명에 달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인 14억 명이 의식주를 포함한 일상생활 전반을 부지불식간에 두 기업에 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역 구분 없는 확장 눈총

소셜미디어와 게임(텐센트), 전자상거래(알리바바)에 주력하던 두 회사는 최근엔 인공지능(AI), 엔터테인먼트, 유전체 연구, 음성인식까지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가리지 않고 먹어치워 중국의 창업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장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알리바바는 17억2000만달러를 들여 최소 50여 곳의 스타트업을 손에 넣었다. 텐센트는 같은 기간 7억80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등에 업은 스타트업과 경쟁 관계인 스타트업은 ‘낙인’이 찍혀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적지 않다. 두 회사가 동종 기업에 동시 투자한 뒤 다른 기업을 고사시키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창업 생태계는 다양성이 핵심인데 두 회사의 영향력이 스타트업의 혁신과 경쟁력을 저해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