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호주 오픈] 테니스史 새로 쓴 정현 '4강행' (종합)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58위·한국체대)은 한국 선수 누구도 밟지 못했던 '그랜드슬램 4강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정현은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천500만 호주달러·약 463억원) 10일째 남자단식 준준결승에서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을 3-0으로 제압했다.

1세트에서 게임스코어 1-1에서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3-1까지 달아나며 승기를 잡은 정현은 이후 착실하게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내 38분 만에 1세트를 먼저 획득했다.

정현은 2세트 초반 샌드그렌의 강력한 포핸드에 실수를 연발하며 3-5로 끌려갔다. 그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이어진 상대 서브 게임을 빼앗아 위기를 넘겼다. 타이브레이크에서 4-5에서 연달아 3포인트를 따내면서 7-5로 이겼다.

3세트 게임스코어 2-1에서 정현이 브레이크에 성공하면서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듀스에 듀스가 거듭됐고, 샌드그렌의 서브가 무뎌지자 정현은 날카롭게 상대를 몰아붙여 2시간 29분 만에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이날 승리로 정현은 22일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30위 안쪽으로 진입, 이형택(42)이 보유한 한국인 역대 최고 순위 36위도 경신했다.

상금 88만 호주달러(7억5000만원)를 확보한 정현은 4강에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토마시 베르디흐(20위·체코) 경기 승자를 상대한다.
[2018 호주 오픈] 테니스史 새로 쓴 정현 '4강행' (종합)
경기 직후 온코트 인터뷰에서 자신의 가족들, 에이전트, 친구 등을 영어로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또 한국어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4강전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사실 (3세트 7번째 경기에서) 40-0까지 갔을 때 세리머니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듀스가 되자 세리머니를 생각할 여유가 없어졌다"며 "어떻게든 실수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4강 상대로 로저 페더러와 토마시 베르디흐 중 누굴 원하느냐는 난처한 질문에도 "50대 50이다"라며 "누가 올라오든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정현은 한국어로 "현지에서 응원해주신 분들, 고국에서 응원해주신 팬 분들에게 모두 감사드린다"며 "아직 경기 안끝났으니까 계속 응원 부탁한다. 금요일에 뵙겠다"라고 말했다.

코트를 떠나며 한글로 중계카메라 렌즈에 자신의 영문명 'Hyeon Chung'의 'Chung'(충)을 따서 '충 온 파이어!'(Chung on fire·정현의 기세에 불이 붙었다!)라고 적은 정현의 메시지처럼 오는 26일(금) 열리는 준결승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