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전쟁, 중·대형으로 옮겨 붙는다
주요 자동차 제조사가 신형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소형 시장에서 시작된 ‘SUV 전쟁’이 올해 중·대형 시장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업체들은 소형 SUV보다 고객층이 두터운 중·대형 SUV 시장에서 진검승부를 펼친다는 전략이다.
SUV 전쟁, 중·대형으로 옮겨 붙는다
중·대형 SUV 쏟아진다

올해 첫 포문은 현대자동차가 연다. 2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다음달 중순 싼타페 완전변경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6년 만에 디자인과 플랫폼을 전면적으로 바꿨다는 게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존 모델에 비해 차체는 커지고 각종 기능은 더해진다.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장착되고, 주간주행등은 헤드라이트 위로 올라간다. 현대차는 연내 대형 SUV도 새롭게 출시할 계획이다. 2015년 베라크루즈가 단종된 이후 3년만에 대형 SUV가 부활하게 된다.

한국GM은 상반기 쉐보레 에퀴녹스를 수입해 판매한다. 에퀴녹스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총 29만458대가 팔린 대표 모델 중 하나다. 제너럴모터스(GM)가 내놓은 모델 가운데 판매량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동급 중형 SUV와 비교해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의 간격)가 길어 실내공간이 넉넉한 게 특징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검증된 ‘흥행 보증수표’를 한국에 들여와 파는 만큼 최근 부진을 만회할 열쇠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쌍용자동차는 이미 픽업트럭 형태의 SUV 렉스턴 스포츠를 공식 출시했다. 쌍용차는 연 3만 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입차 브랜드도 가세한다. BMW는 중형 SUV X4와 준대형 SUV X5의 완전변경모델을 한꺼번에 내놓는다. 아직 두 모델의 완전변경모델을 내놓을 시기는 아니지만, 한국을 포함한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SUV 판매량이 늘어나자 새 모델을 내놓기로 전격 결정했다는 게 BMW 관계자의 설명이다. 배출가스 인증 조작 파문으로 국내 판매가 금지된 폭스바겐도 중형 SUV인 티구안으로 부활을 노린다.

SUV시장 판세는

지난해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였다. 2011년까지만 해도 20%를 넘지 못했다.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자동차 쏘렌토가 시장을 키운 주역이다. 두 모델은 번갈아가면서 새 모델을 내놨고, 그럴 때마다 SUV 판매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에는 쏘렌토(7만8458대)가 싼타페(5만1661대)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올해 신형 싼타페와 에퀴녹스가 출시되면 시장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SUV 시장 1위를 차지했던 싼타페의 새 모델이 나오면 베스트셀링카 기준인 10만 대를 충분히 넘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퀴녹스가 싼타페와 쏘렌토의 ‘빅2’ 체제를 ‘빅3’ 체제로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새로운 중·대형 SUV가 출시되면서 시장 자체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소형 SUV 새 모델이 속속 출시되면서 경차 및 소형차 시장을 잠식한 것처럼 올해는 중·대형 SUV가 중·대형 세단 수요 일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 소음과 불편한 승차감 때문에 SUV를 꺼리던 소비자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동급 세단과 비슷한 수준으로 개선됐다”며 “시야가 넓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몇 년 내 SUV 판매량이 세단 수준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