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기기만 20만대 평창 동계올림픽 "전파 간섭을 막아라"
다음달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세계 220개국에 중계될 예정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올림픽방송서비스(OBS)와 미국 주관방송사인 NBC 등은 겨울올림픽 중계 사상 처음으로 가상현실(VR)과 5세대(5G) 이동통신을 활용한 중계방송을 시도한다. 박진감 넘치는 현장 모습을 담기 위해 드론을 활용한 경기중계도 추진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올림픽 기간 중 심판단과 방송사, 선수단이 사용할 전파 사용량은 역대 어떤 올림픽보다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주파수 혼선을 막기 위한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파 간섭 관리 비상

올림픽이 최초로 라디오 전파를 탄 건 1924년 프랑스 파리대회 때부터다.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에선 첫 텔레비전 중계가, 1956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은 최초로 전 세계 중계가 이뤄졌고 1960년 로마대회에선 최초로 위성 중계가 시도됐다.

이번 올림픽 경기에서도 경기 현장을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세계에 전하고 선수 기록을 정밀 측정하기 위한 무선카메라, 방송중계장비, 원격기록계측기, 무전기 등 수많은 무선장비가 총동원된다. 이들 장비는 저마다 고유의 사용 주파수를 갖고 있다.

주파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한하지도 않다. 비슷한 주파수를 쓰는 무선기기가 서로 영향을 줘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는 ‘전파간섭’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간섭이란 두 개 파동이 겹쳐지면서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커지거나 상쇄되는 현상이다. 전자레인지 주변, 2.4㎓ 및 5㎓ 주파수를 쓰는 전화기와 스피커 주변에서 블루투스와 무선랜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처럼 좁은 지역인 데다 국방·소방 등 공공 영역에서 사용하는 주파수가 많은 지역에선 전파간섭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주파수 이용자가 없어 한산했던 강원 산간 5개 지역에서도 올림픽 기간 중엔 전파 수요가 폭발할 전망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경기운영요원, 방송사 관계자들은 주요 통신 수단으로 주파수공용통신(TRS)과 무전기를 활용한다. 봅슬레이 경기에서는 동계올림픽 최초로 ‘온보드 포인트 오브 뷰’(POV·1인칭 시점으로 보는 효과 제공) 무선카메라를 사용한 중계도 도입한다. 찰나의 순간을 잡는 원격조종 카메라와 경기 시간 계측 장치들을 비롯해 스키 경기가 열리는 평창과 정선 등 설상경기장의 제설기도 모두 무선으로 작동한다. 평창 조직위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에서 사용될 무선기기는 15만~2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무선기기만 20만대 평창 동계올림픽 "전파 간섭을 막아라"
◆드론 무선 카메라 주무대

이번 올림픽에서 사용될 주파수 가운데 70%는 방송에 할당됐다. 조직위에 가장 많은 주파수 사용 요청을 한 기업은 OBS와 NBC 등 주관 방송사다. 경기당 최소 수십 대의 무선 카메라를 사용한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드론 중계방송의 활약이 기대된다. 올림픽 중계에서 드론 활용은 2016년 리우 올림픽을 계기로 크게 늘었다. 조직위는 경주 거리가 10~50㎞에 이르는 크로스컨트리 경기 등에서 헬기나 드론이 날아다니며 무선 카메라로 중계할 경우 다른 무선기기의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984년 독일 공군의 토네이도 전투기가 전파송신기 위로 날아가다 조종 컴퓨터와 전파간섭이 일어나 추락하면서 승무원 두 명이 숨진 일이 발생했다. 조직위도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용평과 정선의 알파인 경기장, 빙상 경기가 열리는 강릉 올림픽 파크 등 5개 경기장을 비롯해 선수촌 등 6개 지역에 스펙트럼 관리실을 설치하고 24시간 감시에 들어갔다. 전파는 주파수가 작고 파장이 길수록 멀리 간다. 무선기기가 사용 범위를 넘어서는 ‘전파 월경’을 막기 위해 무선기기 종류에 따라 출력을 0.1W와 5W로 제한했다. 일부 해외 무선카메라와 무전기는 국내 이동통신 주파수와 이용 주파수가 같아 사용을 금지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