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방문 뒤 최저임금 지원책 허점 인정한 청와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은 21일 “190만원이라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기준이 초과근무를 감안하면 현실적이지 않다는 얘기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장님들에게서 여러 차례 들었다”며 “서비스업도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지원 대상이 되는 근로자 급여 산정 시 초과근무수당을 제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최근 최저임금과 관련해 현장을 방문한 성과를 이렇게 소개했다. 정부는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 인상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월평균 보수 총액 190만원 미만’ 근로자에게 월 13만원씩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음식점 등 현장을 둘러보니 초과근무로 월 190만원 이하를 받는 종업원이 많지 않다는 게 장 실장의 설명이었다. 장 실장은 “장관들이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챙기고 청와대에서도 특별팀을 꾸려 현장 노동자와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세밀하게 챙기고 있다”고 했지만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책이 탁상공론으로 나왔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언론에서는 대책이 시행되기 전부터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정부가 내세운 ‘월평균 보수 190만원 미만’에는 기본급은 물론 각종 수당, 야간·휴일 연장수당까지 포함된다. 서비스업 근로자는 휴일·야간근무가 잦아 월 보수액이 월 19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일이 많다. 장 실장은 언론의 지적을 외면한 채 대책이 시행되고 20여 일이 지나 현장 방문을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알게 됐다고 고백한 것이다. 더욱이 대다수 영세 소상공인이 일자리 안정자금의 필수조건인 ‘고용보험 가입’을 꺼리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이 12.3% 오른 2007년에도 시행 초기엔 고용이 좀 줄어들었지만 석 달 뒤에는 회복됐고 소득 증대, 소비 증대, 고용 창출의 중장기 효과로 이어졌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성장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현장 방문 뒤 최저임금 지원책 허점 인정한 청와대
하지만 올해 목표 성장률(3.0%)과 당시 성장률(5.5%)이 큰 차이가 있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최저임금 인상폭이 줄어들어 2010년에는 2.75%까지 떨어진 사실도 고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저임금 1만원은 야당의 공통된 공약”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목표를 밀어붙일 뜻을 밝혔다.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은 매년 평균 15% 안팎 인상돼야 한다. 장 실장이 비교한 2007년 상황과는 조건이 다르다.

장 실장은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경제가 성장했다는 데 왜 내 살림은 나아지지 않느냐”며 한결같이 질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이 늘면 소비가 확대되고 궁극적으로 국내 수요가 증가해 경제도 성장하게 된다”며 소득 주도 성장론을 재차 강조했다.

장 실장은 “2015년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는 가계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늘어나면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는 반면 상위 20% 가계의 소득이 늘어나면 성장이 줄어든다는 보고서를 내놨다”며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야 더 높은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도 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청소·경비 인력 등 고용 취약 계층이 해고돼 소득 자체가 없어지게 된 상황에서 장 실장의 설명은 공허해 보였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