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7명이 방남한 21일 북한은 우리 정부와 언론을 향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정세를 격화시키려는 고의적인 도발 행위’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개국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사실을 거론하며 “북과 남이 민족의 대사를 잘 치르기 위한 대화를 하고 있는 때에 남조선 당국이 동족을 해치기 위한 국제적 음모에 가담한 것은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동신문은 또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을 거론하며 “저들이 대화하는 것은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비핵화’를 위한 것이라는 고약한 나발을 불어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은 저들의 처사가 어떤 불미스러운 결과를 가져오겠는가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민족 내부 문제인 북남관계 문제를 외부에 들고 다녀야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남조선 당국은 제정신을 가지고 북남관계 개선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은 국내 언론의 보도 태도도 문제삼았다. 노동신문은 이날 ‘역사의 오물통에 처넣어야 할 쓰레기 언론’이란 제목의 논평에서 “북남 사이에 대화의 문이 열리고 관계개선의 분위기가 마련되고 있는 지금 남조선에서 우리에 대한 보수언론들의 악선전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국내 일부 매체의 실명을 거론하며 거친 비난공세를 펼쳤다. 신문은 “남조선 각계도 정세 악화로 역대 최악의 인기 없는 경기대회로 기록될 수 있는 이번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에 우리가 구원의 손길을 보내주고 있는 데 대해 고마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그런데 보수언론들은 동족의 선의를 모독하는 입에 담지 못할 악설로 지면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 같은 비난공세는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 동시 입장 등을 놓고 우리 국민들의 여론이 갈라져 있는 상황을 고려해 ‘남남 갈등’을 부채질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당초 예정보다 하루 늦게 방남한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 강화에 동참하는 우리 정부의 움직임이나 북한에 호의적이지 않은 한국 언론의 보도 태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란 관측이 많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20일 기자들에게 “최근 일부 언론 등에서 과도하게 추측성 보도나 비판적 보도를 하는 것과 관련해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북한 대표단 참가 문제를 보고 우리 언론에서도 평화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조해 줬으면 하는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 개회식 때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기로 한 데 대한 비판 보도 등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북한이 남한 행사 참석과 관련해 갑자기 ‘불참’으로 태도를 바꾼 것은 처음이 아니다. 북한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경기대회 막바지 때 국내 보수단체의 인공기 퍼포먼스 등을 이유로 불참하겠다고 통보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9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엔 북한이 응원단 파견 뜻을 밝혔지만 결국 불발됐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