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트럼프 취임 1년의 공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됐다. 아웃사이더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치를 내걸고 보통사람의 목소리가 되겠다는 투쟁의 1년이었다. 경제 활성화가 핵심 화두였다. 규제를 풀고 감세와 인프라 투자를 통해 고성장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감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1986년 로널드 레이건의 세제 개혁 이후 31년 만에 이룩한 쾌거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낮췄다. 기업 설비투자에 대해 즉시 상각을 허용했다. 해외 유보 이윤을 미국에 송금할 때 저율 과세하고 자영업자 세 부담도 크게 낮췄다.

규제 혁파야말로 트럼프의 사업가 기질이 극명하게 드러난 대목이다. 취임 11일 만에 ‘규제 경감 및 규제 비용 통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신규 규제는 3개에 그친 반면 67개의 기존 규제를 대폭 손질했다. 인터넷망 사업자 컴캐스트는 ‘망 중립성’ 규제 폐기 결정이 내려지자 향후 5년간 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증시 호황은 친(親)기업정책의 산물이다. 데이비드 오터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호황의 원인을 “주주들이 호주머니가 두둑해졌다는 인식” 때문으로 해석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작년 19% 상승했다. 다우산업평균은 25%, 나스닥 지수는 28% 올랐다.

고용시장도 훈풍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실업률은 4.1%로 2000년 이후 최저 수치다. 임금도 2.5% 올랐다. 2017년 총 210만 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세 차례 금리를 인상했지만 세 분기 연속 3%대 성장이 이어졌다. 2012년 이후 계속된 경기 회복 추세지만 트럼프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대외 정책에서는 ‘과격한 반군’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간 유지된 프레임워크와 결별한 듯한 양상이다. 국제 질서의 조타수 역할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 팽배하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이란 핵 협상 비판, “이스라엘 수도는 예루살렘” 선언 등으로 지구촌에 커다란 돌풍이 불고 있다. ‘세계의 경찰관’ 역할을 끝내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에 의존하던 시대는 끝났다. 유럽인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며 우려스러운 의견을 밝혔다. 야당인 민주당은 “미국을 세계의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 보좌관은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고립주의가 아니라 실용적 현실주의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법부 개혁 또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연방대법원의 보수 성향 대법관 안토닌 스칼리아가 급사해 생긴 공백을 항소법원 출신 닉 고서치로 채웠다. 이로써 5 대 4인 보수파와 진보파 균형은 유지됐다. 80대인 앤서니 케네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임기 중 퇴임하면 보수파 우위 현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취임 첫해 항소법원 판사 12명을 임명했는데 이는 역대 기록이다. 지명된 판사는 백인 91%, 남성 81%로 전임 버락 오바마가 마지막 해 여성 50%, 흑인 17%, 아시안 11%를 지명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

국내 정책에서는 건강보험개혁과 반(反)이민정책이 핵심 과제였다. 오바마의 건강보험개혁법인 소위 ‘오바마케어’ 폐지는 처절한 패배로 끝났다. 약 2000만 명이 보험을 잃고 보험료가 급등한다는 반대 여론을 끝내 돌파하지 못했다. 반이민정책은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이다. 멕시코 접경지역에 ‘아름다운 담’을 쌓고 1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를 규제하며 무슬림의 사실상 입국 제한을 주장한다. 80만 명에 달하는 청소년추방유예프로그램(DACA) 폐기 발표 역시 반이민 정서를 대변한다.

그러나 포천 500대 기업의 40%를 이민자가 창업했고 미국 노벨상 수상자의 35%가 이민자 출신이다. 사티야 나델리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는 “이민정책이 미국을 예외적으로 만든다”며 반이민 정서에 우려를 밝힌 바 있다. 지지율 30% 선인 트럼프가 집권 2년차 징크스를 극복하고 11월 중간선거에서 선방할 수 있을지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