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30년을 맞아 재건축을 준비 중인 서울 송파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한경DB
준공 30년을 맞아 재건축을 준비 중인 서울 송파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한경DB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8일 공동주택 재건축 연한과 안전진단 강화를 시사했다. 올림픽선수촌 등 준공 30년 전후 아파트들이 올 들어 폭등하면서 서울 강남권 집값 상승을 주도하자 정부가 칼을 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한 재건축 연한과 안전진단 규제는 2014년 ‘9·1부동산 대책’에서 대폭 완화됐다. 하지만 3년여 만에 다시 ‘최대 40년 연한’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단기적으로 재건축 기대를 낮춰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겠지만 서울 아파트의 주요 공급원인 재건축 사업을 위축시켜 공급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0년만 되면 급등

올 들어 준공 30년을 전후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강남권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준공 30년차에 접어드는 곳(부동산114 기준)은 67개 단지, 7만3000여 가구다. 이 가운데 대부분인 53개 단지, 6만4000여 가구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노원·양천구 등에 몰려 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아파트, 송파구 올림픽훼밀리타운,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서초구 삼풍아파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송파구에서는 6곳, 1만2397가구가 재건축 연한을 충족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다. 1988년 서울올림픽 참가 선수 숙소로 사용된 이 아파트는 122개 동 5540가구 규모다. 오는 6월이 지나면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넘어선다. 목동신시가지에서도 올해 12단지를 비롯해 8~14단지가 차례로 재건축 연한을 채운다. 총 1만3751가구가 재건축 대상이다. 잠실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압구정 반포 잠실 등에서 재건축 기대가 집값을 밀어올리는 재료가 되고 있다”며 “30년을 앞둔 단지도 지난해 말부터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검토’ 단계에 있어 구체적인 강화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건축 연한이 과거처럼 최대 40년으로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014년 ‘9·1대책’ 전까지 서울·경기·인천은 재건축 연한이 준공 연도에 따라 최대 40년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도 강화할 방침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구조안전상 큰 문제가 없어도 층간소음이나 에너지 효율 등 주거환경 평가를 통해 주거 여건이 불편하다고 판단될 경우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했다. 과거와 같이 건물 노후화가 심각한 경우에만 안전진단을 통과시키면 재건축이 늦어져 투자 매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심각한 공급 부족 초래” 지적도

전문가들은 재건축 연한 강화로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건설사 수주 담당 임원은 “재건축과 같은 투자상품은 정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규제가 가해지면 일단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억제를 위한 재건축 연한 확대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서울에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한 규제까지 중첩되면 재건축 사업이 더 위축될 게 뻔하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양질의 주택 공급이 부족한데 신규 공급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위가 센 대책이지만 중장기적으론 아파트 가격을 더욱 오르게 하는 미봉책에 그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풍선 효과를 우려했다. 희소가치가 높아진 새 아파트와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아파트가 급등할 것이란 우려다. 반포동 K공인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 대치 은마 등은 1970년대에 지어져 연한 강화와 무관하다”며 “이들 단지의 몸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수/설지연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