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우수기술연구센터(ATC) 사업은 우수한 기술개발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부설연구소를 ‘우수기술연구센터’로 지정, 지원하는 사업이다. ATC협회는 이 사업을 수행했거나 진행 중인 업체들의 모임이다. 회원사는 261개에 이른다. 이 협회는 연구개발(R&D)을 중시하기 때문에 CTO(최고기술책임자)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ATC사업은 매출이 100억원 이상이고 연구개발(R&D) 투자비율 3% 이상, 수출 비중 10% 이상인 기업의 부설연구소 중 우수한 연구소를 선정해 최장 5년(2년 지원 후 단계평가를 통해 추가 3년 지원 결정), 연간 5억원 범위에서 기술개발비를 지원한다. ATC협회 ATC CTO협의회장을 지낸 오학성 이너트론 부사장은 “한마디로 ATC 사업은 ‘해외수출기업 연구역량 강화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03년 30개 연구소에 120억원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누적 기준으로 501개사에 6913억원을 지원했다.

올해 15년째를 맞는 ATC 연구개발사업은 세계 일류상품 개발에 크게 기여해 왔다. 특히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을 28개나 배출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여기엔 △상아프론테크의 LCD(액정표시장치) 카세트 △고영테크놀러지의 3차원 납도포검사기 △동화엔텍의 에너지세이빙시스템 등이 포함돼 있다.

첨단기술 개발도 잇따르고 있다. 대주전자재료는 ATC 사업을 통해 확보한 ‘고온기상 반응기술’을 활용해 리튬이온전지의 신규 음극재를 개발했다. 고효율 고용량 이차전지 소재로서 이를 국내외 전지제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뷰웍스는 ‘TDI(Time Delayed Integration)’ 기술을 적용한 ‘고해상도 산업용 이미지 센서’를 개발해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TDI 센서를 상용화했다. 경쟁 제품에 비해 성능을 크게 높이고 크기는 반으로 줄였다. 오킨스전자, 하몬소프트도 ATC 사업을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상아프론테크는 불소수지를 비롯한 슈퍼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을 원료로 다양한 첨단 부품·소재를 국산화했다. 슈퍼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내열성 내화학성 등이 뛰어난 플라스틱이다. 국내 최초로 재봉틀 노루발을 금속 대신 불소수지 소재로 개발한 데 이어 자동압축성형기를 비롯해 열수축튜브, 웨이퍼 캐리어, LCD 카세트 등을 속속 국산화했다. 레이저 프린터용 ‘트랜스퍼(전사) 벨트’도 개발했다.

트랜스퍼 벨트는 현상된 이미지로 얻은 화상의 토너를 종이로 옮기는 기능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를 국산화한 뒤 해외 유수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가 보유한 지식재산권은 180여 건에 이른다.

고영테크놀러지는 약 2000개 글로벌 기업에 3차원 전자부품 검사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세계적 자동차부품업체인 독일 보쉬에는 10년간 납품한 데 이어 또다시 5년간 납품계약을 연장했다. 이 제품으로 세계 최강에 등극했다. 이 회사는 미래 먹거리 개발을 위해 국내외 세 곳에 인공지능연구소도 열었다.

이런 성과는 연구개발을 중시한 덕분이다. ATC협회가 협회로서는 드물게 CTO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교토대 공학박사 출신으로 CTO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임종찬 대주전자재료 부사장(60·최고기술책임자)은 “미국 중국 독일 등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결국 기술 융복합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며 “CTO협의회는 바로 이런 면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융복합은 대개 이(異)업종 간에 이뤄지며 그런 면에서 이업종 간 협업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CTO협의회는 효율적인 협업을 위해 분과별 모임과 지역별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분과는 △전기전자 △기계·소재/에너지 △화학/바이오·의료/세라믹 △정보통신/지식서비스 4개 분과, 지역별 모임은 전국을 크게 4대 권역으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회원사 방문을 통해 경영정보도 교류하고 협업 방안을 찾기도 한다. 공동전시회를 열어 기술 융합 방안을 모색하기도 한다.

작년 5월 말 천안에서 연 종합페스티벌이 그중 하나다. 회원사 간 교류를 통해 융복합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협회 251개 전 회원사가 참여한 이 행사에선 전시회 기술교류회 및 상담회 등이 이어졌다.

이철 ATC협회 회장은 “이 행사를 통해 우리 회원사들은 각 분야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해 한 개의 상품이라도 세계 일류 제품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의지를 다졌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 기술 융복합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우수 기업 및 연구기관 벤치마킹을 위해 매년 해외선진기술시찰단을 보내고 있다. 2017년에는 CEO, CTO 등으로 구성된 시찰단 60여 명이 일본센서박람회와 오릭스 렌텍, KOTRA 일본무역관 등을 방문했다. 연구개발 노력은 고용 창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ATC협회에 따르면 “ATC 사업은 10억원당 고용 창출 인원이 6.92명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전체 연구개발사업 평균의 1.7배에 이른다”며 “ATC 과제 선정 이후 41개 기업이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및 코넥스시장에 상장했다”고 말했다.

임종찬 회장은 “결국 한국이 나아갈 방향은 첨단기술로 승부를 거는 것”이라며 “특히 시의적절한 제품을 개발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ATC협회의 최고기술책임자들이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