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수요만 더 늘리는 강남 집값 규제
문재인 정부는 ‘강남 집값’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동안 강력한 규제조치에도 불구하고 강남 집값, 정확하게는 강남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당한 물량의 아파트에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면서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조차 주택시장 침체가 우려되는 시점에서 서울, 특히 강남 아파트의 나홀로 강세는 정책당국자를 매우 당혹케 하기에 충분하다.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두고 한편에서는 양도세 강화 외에 보유세 강화라는 강력한 수요 억제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가 강남 집값에 관심을 가질수록 강남 주택의 공급은 줄고 수요는 증가하므로 섣부른 수요 억제책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왜 정부는 강남 집값, 특히 강남 아파트 가격에 신경을 써야 하는가. 아마도 강남 주택 가격이 다른 지역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쳐 전국적인 주택 가격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같은데 이는 올해 예정된 대규모 입주 물량으로 볼 때 타당하지 않다. 그보다는 향후 전반적인 주택시장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강남 주택시장만이 유일하게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으로 남고, 이것이 주택시장의 지역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런 불평등의 척도는 주간 단위가 아니라 적어도 2~3년의 장기적 가격동향을 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다.

정부의 각종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강남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강남에는 신규로 개발할 토지가 거의 없다. 유일한 대안은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하는 것인데, 이는 녹지가 부족한 서울시의 경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안이다. 따라서 기존 주택지를 재개발 또는 재건축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는 공급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처럼 공급이 제한된 가운데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소득이 증가하면 주택 수요는 늘어나며 특히 좋은 입지와 학군, 자산 가치가 장기간 보존될 수 있는 지역의 주택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어난다. 강남에 대한 주택 수요는 학군 중심의 교육제도와 일자리의 지역적 집중, 도심과 외곽지역을 잇는 교통망의 획기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이런 사회적 변화가 없다면 강남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어떤 시도도 강남 주택에 대한 투자 수요만 부추길 것이다.

정부가 강남 집값에 주목하는 동안 강남 아파트는 우리나라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주목하는 투자처가 됐다. 실제로 최근 강남 주택의 매수자 중에는 외지인도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강남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은 재건축에 의한 공급은 각종 규제로 더욱 축소되는 반면 수요는 규제의 주목효과로 더욱 증가하는 데 있다.

우려되는 것은 정부의 조세·금융 분야의 규제 강화 정책이 소위 투기자보다는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 능력을 크게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의 핵심 대상 계층인 주택 투기자들은 대개 여유가 있는 계층으로, 이들은 양도세 강화 시 주택을 팔지 않고 버티며 보유세 강화에도 정책이 바뀔 때까지 견딜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다. 금융 규제도 이들에게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들은 은행 대출을 이용하지 않고도 투자할 여력이 있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금융 규제로 인한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력 감소, 양도세 강화로 인한 매매 동결효과, 보유세 강화로 인한 조세 전가와 집 한 채만 가진 고령 은퇴자들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조세 강화와 금융 규제 정책은 공교롭게도 실수요자만 곤궁에 처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강남 주택 가격이 우리나라 주택시장과 주택 문제의 전부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강남 집값은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되도록 지켜보는 것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섣부른 규제는 공급을 줄이고 수요를 촉발할 뿐이다. 강남 집값에 주목할 시간에 주거 빈곤 계층에 보다 직접적인 도움을 확대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이다.

조 주 현 <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