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계약금, 무시하면 큰코다친다
부동산 규제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보유와 매각 사이에서 고민하는 투자자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서 결정하기보다는 이미 계약을 진행한 상태에서 의견을 물어오는 경우도 있다. 계약금을 수령하거나 지급한 상태에서는 조언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문제의 소지가 없다면 괜찮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당장 계약금 처리부터 골치이기 때문이다. 가령 다주택자는 매도 순서와 시기에 따라 양도소득세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지 않고 덜컥 실행에 옮긴 경우가 있다. 급해서 가계약조로 계약금의 일부만 주고받았으니 돌려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안심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계약금은 계약 당사자 중 일방이 상대방에게 주는 금전 등을 말한다. 이를 통상 계약금이라 하지만 당사자 간 정함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증약금이다. 내용을 떠나 어떠한 합의가 당사자 사이에 있었다는 증거로서의 계약금이다. 두 번째로 위약계약금이 있다. 계약금을 지급한 자가 채무를 불이행할 시 몰수하는 계약금으로 일방만의 부담이기 때문에 사용 빈도가 높지 않다. 마지막으로 해약금이다.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보류한 계약금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매수자의 계약금 포기, 매도자의 배액 상환이 해약금이다. 당사자 간 특약으로 계약금 유형을 정하면 되지만 별도의 특약이 없다면 계약금은 해약금으로 본다(민법 제565조 참조). 이 때문인지 급박한 상황이었다는 핑계로 쉽게 가계약금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가계약금은 매매대금의 10%에도 못 미치는 소액이기 때문에 거래 상대방을 설득하기 쉽다. 또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경우 계약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활용하기도 한다. 이 같은 이유로 계약자들이 큰 문제의식 없이 가계약금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가계약금만 포기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계약을 포기하는 측이 물어야 하는 해약금은 가계약금이 아니라 전체 매매대금에 대한 계약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약금액을 너무 소액으로 인정하게 되면 계약은 구속력이 약해지고, 이는 일방의 필요에 따라 계약 이행 의지는 손쉽게 변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바 있다. 따라서 가계약금과 같이 계약금의 일부만 주고받은 경우라 해도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액은 원래 약정된 계약금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14다231378 참조).

매매 또는 임대차를 하면서 여러 이해관계자의 시간에 맞춰 급박하게 계약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요즘처럼 부동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냉정함을 갖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우선 잡고 보자’는 식의 거래 행태가 종종 목격된다. 물론 문제없이 마무리되는 사례가 더 많다. 하지만 내가 감당해야 할 손해의 최대치는 인식하고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좋겠다. 가계약이라고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진 <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