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험회사의 핀테크(금융기술)기업 인수를 허용하기로 했다. 보험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인슈어테크’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서비스업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보험사의 핀테크기업 인수 제한을 푸는 방안을 담기로 한 것으로 24일 파악됐다. 은행은 핀테크기업 인수가 가능하지만 보험사는 보험업법 규제로 빅데이터 분석, 지급결제 등 대부분 분야에서 핀테크기업 인수가 불가능하다.

보험사에 핀테크 M&A 허용… 정부, 내달 서비스업 혁신방안 발표
기재부와 금융위는 내년부터 현행 보험업법을 최대한 핀테크기업 출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필요하면 법 개정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보유할 수 있는 자회사를 금융업, 신용정보업, 보험계약의 유지·해지·변경·부활 등 관리 업무, 기업의 후생복지 상담 및 사무처리 대행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외 업종에 속한 기업은 15%를 초과한 지분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기재부와 금융위는 핀테크기업을 보험계약 관리와 후생복지 대행 등의 업종으로 간주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핀테크기업 인수 허용은 보험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지난해 금융위에 대부업(P2P 대출), 크라우드펀딩업, 상품권 발행·유통 등과 더불어 핀테크를 자회사로 보유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6월 업종 간 융합을 막는 칸막이 규제 사례 중 하나로 보험사의 핀테크 인수 제한을 꼽았다.

보험업계가 핀테크(금융기술) 도입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이번 규제 완화는 ‘단비’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보험업이 갖고 있는 산업 간 융합적인 성격 때문에 핀테크 도입에 따른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은 “보험업은 보험 대상인 의료·헬스, 자동차, 선박 등 관련 산업과 연결돼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산업 간 융합이 촉진되면 보험업에 미치는 전후방 효과가 다른 금융업보다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핀테크 기업을 인수하면 요율 산정 등에서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보험은 과거 서류상의 데이터 정보에 기초해 위험을 계산하지만, 핀테크를 이용하면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보험가입자의 실시간 데이터를 보험료 산정에 사용할 수 있다.

또 지급결제나 상품 판매와 관련해서도 핀테크를 활용해 간편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세계적으로 인슈어테크 도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2위 보험사인 핑안보험은 알리바바, 텐센트와 공동출자한 중안보험사를 통해 2015년 당(糖)을 검사하는 건강보험상품 ‘탕샤오베이’를 출시했다.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인 에트나는 자사 보험 서비스와 애플 스마트시계인 애플워치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연계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들도 인슈어테크를 도입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핀테크 기반의 ‘한화 스마트 신용대출’을 선보였다. 소비자들이 빅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모형을 통해 대출을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NH농협생명은 KT와 손잡고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한 맞춤형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박소정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험사에 인슈어테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인슈어테크는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보험의 기본개념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