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콜롬비아 도시 쿠쿠타. 최근 하루평균 7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몰리고 있다. 생활필수품과 의약품을 얻으려는 난민이다. 우고 차베스 전 정부에 이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좌파정부가 낳은 경제난의 한 단면이다.
중남미 친시장 물결… "깨어나는 기회의 땅"
반면 지난해 친(親)시장 정부로 교체된 페루는 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 현지 광산장비 임대업체 우길의 이채욱 대표는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정책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이 2.8%로 바닥을 치고 내년에는 3%대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고 전했다.

중남미 대륙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지난 20년간 중남미를 휩쓸던 ‘핑크타이드(온건좌파 물결)’가 급격히 퇴조하는 가운데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산층이 한층 두터워지고 있다.

우파정부가 이끄는 콜롬비아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2.0%에서 내년 3.1%로 높아질 전망이다. 같은 기간 페루는 2.8%에서 3.8%로 반등할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해 시장 친화적 정부가 들어선 아르헨티나도 올해 2.7%에서 내년 3.2%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2015년 45.5%이던 중남미의 중산층 비율은 2030년 50%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미국 중국 중동에 편중된 한국에 중남미가 깨어나는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자국 우선주의’ 정책 여파로 미국에 대한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 2분기까지 6분기 연속 줄어들었다. 중국에서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최대 8조5000억원 규모의 경제 보복을 당했다. 재정 악화에 빠진 중동도 예전과 같지 않다.

양국보 KOTRA 중남미본부장은 “젊은 층이 많은 인구 구조, 성장세 회복, 풍부한 자원은 중남미 대륙의 미래 잠재력을 상징하는 3대 요소”라고 말했다. 빅토르 에스트렐라 페루 광물에너지부 전력국장은 “5~10년 앞을 내다보고 중남미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파울루·산티아고·리마·보고타·마나과=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