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제품이 진열된 이마트 성수점 디저트 코너.
유럽산 제품이 진열된 이마트 성수점 디저트 코너.
김지상 롯데마트 상품기획자(MD)는 지난달 벨기에로 출장을 다녀왔다. 내년 밸런타인데이(2월14일) 때 출시할 초콜릿 제품을 생산할 업체 벨지안의 공장 2곳을 둘러보고 계약을 체결했다. 벨지안은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 매스에 식물성 유지(팜유) 대신 카카오에서 추출한 버터를 혼합해 제품을 생산한다.

김지상 MD는 “카카오 버터는 입안에서 카카오 매스와 동시에 녹기 때문에 식물성 유지를 사용했을 때보다 느낌이 좋고 더 부드러운 맛을 낸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100g짜리 밀크, 다크 초콜릿 30만 개를 자체상표(PB)인 온리프라이스 제품으로 개당 1000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중국산 밀어내고 마트 차지한 유럽산 제품들
국내 대형마트들이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다른 마트에선 판매하지 않는 ‘단독 상품’을 공급하는 ‘기지’로서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서다. 기술력이 뛰어난 벨기에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물건을 들여와 PB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상품 종류는 디저트류에서 착즙주스와 같은 음료, 기저귀 등 생활용품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유럽이 공급기지로 인기 있는 이유는 풍부한 PB 제품 생산 경험과 앞선 기술력 때문이다. 유럽 대형마트에서 PB 제품 비중은 50%를 넘는다. 이를 생산해주면서 현지 업체들은 오랜 기간 경험을 축적했다. 국내 마트들이 원하는 품질의 제품을 수십만 개씩 주문해도 원하는 가격에 납품할 수 있는 현지 업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의 핵심 노하우는 첨단 가공기술이다.

롯데마트는 스페인의 AMC에서 오렌지 키위 등 착즙주스 제품을 가져올 계획이다. AMC는 ‘초고압 살균 공정(HPP: high pressure processing)’을 거쳐 제품을 생산한다. 고압에서 살균이 이뤄지는 이 공정을 거치면 맛 향 영양성분 등이 변하지 않으면서도 미생물과 효소가 억제돼 특유의 쓴맛과 냄새가 발생하지 않는다. 초고압 살균 공정으로 생산된 착즙주스의 냉장 유통기한은 9개월이나 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국내 업체의 착즙주스는 유통기한이 15일 정도에 불과하고 750mL의 가격이 약 9000원이나 된다”며 “스페인에서 들여올 착즙주스는 원가를 감안할 때 국산 제품의 절반 수준인 4500원 안팎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품도 ‘온리 프라이스’ 브랜드로 선보일 계획이다.

스페인산 ‘이베리코’
스페인산 ‘이베리코’
롯데마트는 지난달부터 스페인의 흑돼지 ‘이베리코’를 현지에서 급랭 처리해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스위스 하이가의 ‘로로떼떼 밴드형 기저귀’를 출시했다. 1년간 준비해 들여온 이 제품은 독일 피부과학 연구소의 임상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크렘브릴레
크렘브릴레
이마트는 주로 티라미수 애플타르트 코코아슈 크렘브릴레 등 디저트류를 유럽의 가공식품 업체에서 납품받아 자체 상표인 ‘피코크’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디저트의 본고장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품질이 뛰어나다. 여기에 기계화·자동화 공정을 갖춰 대량생산이 가능해 이마트가 요구하는 물량과 단가를 맞춰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냉동식품이 발달한 유럽은 냉동기술이 앞서 있는 만큼 장거리 운송이 필수적인 디저트 수입처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업체가 생산한 피코크 티라미수 케이크는 올해 이마트에서 100만 개 넘게 판매됐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