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집중 조명…과학숭배, 핵·미사일 '6인방' 그리고 자기 우상화
"'로켓맨' 김정은은 어떻게 미사일을 빨리 개발할 수 있었나"
지난달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의 성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재진입 기술 등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긴 하지만, 북한이 후진적인 이미지에도 과학적 토대를 쌓았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어떻게 그토록 빨리 미사일 기술을 발전시켰을까.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뒷받침하는 요인을 집중 조명했다.

우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파격적인 과학자 대우가 첫손에 꼽혔다.

그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체제 선전의 도구로서 영화와 예술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김정은은 과학을 내세우고 기술자와 과학자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고 드러낸다.

김정은은 과학자를 위해 평양에 대규모 주택단지인 미래과학자거리를 조성하기도 했다.

또 주요 핵·미사일 시험 때마다 과학자와 기술자 등을 평양으로 불러 경축행사를 열었다.

북한 과학기술정보 사이트 NK테크를 운영하는 최현규 사업단장은 "북한이 과학자를 죽였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김정은은 시도와 오류 역시 과학의 일부라는 걸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미들버리 국제연구소의 조슈아 폴락 연구원은 "북한의 금속공학, 기계공학은 이미 매우 정교한 수준이고 화학도 그런 편"이라고 평가했다.

유엔 제재는 북한 학생들에게 군사 응용이 가능한 과학을 가르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중국과 인도, 독일 등에 많은 학생을 보내고 있다.

또 해외 유학생들에게 현지 과학 학술지 등을 복사해 들여오도록 하고 있다.

인터넷도 좋은 도구다.

북한은 오픈소스데이터를 뒤져 정보를 찾아내고 디지털 도서관을 만들었다.

최고 과학자들은 군사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NYT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이끄는 6명의 주요 인물들을 주목했다.

'미사일 4인방'으로 불리는 장창하, 전일호, 리병철, 김정식과 이 신문이 '핵개발 2인방'이라고 이름 붙인 리홍섭과 홍승무가 그 주인공이다.

그동안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들을 보면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에 참관할 때 이들 과학자들이 단골로 수행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일부는 김정은과 담배를 함께 들고 있거나, 김정은이 그들에게 귓속말하는 등 친밀한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 3월엔 김정은이 과학자를 직접 등에 업은 사진이 전파를 탔다.

'최고 존엄'이 누군가를 등에 업은 모습은 매우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사진은 한국 특유의 정서에 비춰볼 때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부모를 등에 업은 자식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일반적으로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로 선전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선 김정은이 마치 아이를 돌보는 아버지 노릇을 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NYT는 김정은이 과학자들의 업적을 축하해주는 사진에서조차 결국 그들은 단역에 그친다는 점을 지적했다.

과학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든 간에, 그 모든 성공은 김정은의 공으로 돌려야 한다.

결국 핵 프로그램의 진짜 주인공은 김정은 자신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