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를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의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대대적인 규제 철폐를 공언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규제 철폐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한 뒤 “미국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규제 혁파 작업을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다”며 “수십 년간 쌓여온 수많은 규제를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1960년대 규제와 현재 규제를 비교하는 서류더미를 쌓아놓고 그 위에 둘러져 있는 레드 테이프(red tape)를 커다란 금색 가위로 싹둑 잘랐다. 레드 테이프는 관료들이 행정 서류를 묶는 빨간 끈으로 규제를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60년대에는 연방정부 법규에 대략 2만 쪽의 규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18만 쪽이 넘는다”며 “우리는 1960년대 이전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으며 상당히 빨리 그렇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에는 모든 부처 장관, 관계 기관장, 연방정부 직원들이 더 많은 규제를 없애기 위해 열심히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규제 철폐를 공언해 왔다. 지난 1월 취임 직후에는 ‘규제 한 건을 신설할 때마다 기존 규제 두 건을 없앤다’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백악관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67개의 규제를 철폐했고, 전임 정부 때부터 추진 중이던 규제 635건을 취소했다. 이 같은 규제 완화로 미국 기업은 연간 5억7000만달러(약 6200억원)의 ‘규제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는 게 백악관의 자체 분석이다.

민주당이 집권하고 있는 일부 주정부와 시민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에 맞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레이철 웨인트라웁 미국소비자연합회 입법담당 이사는 “미국은 안전한 제품, 안전한 식품, 공정한 금융시장을 원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를 비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