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지침서의 ‘사망 및 질병이환의 분류번호 부여를 위한 선정 준칙과 지침’에 따라 C77-C80 ‘이차성 및 상세불명 부위의 악성신생물(암)’의 경우 원발성 악성신생물(암)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원발부위(최초 발생한 부위)를 기준으로 분류합니다.”

암보험 약관의 첫 장에 등장하는 ‘보험금 지급 관련 유의사항’에 관한 설명이다. 과연 이런 유의사항을 읽고,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까. 일반 보험 가입자는 물론 설계사들도 해독(解讀)이 어려운 보험약관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제14차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중에선 미래에셋생명, 신한생명, 푸르덴셜생명, 동부생명, 하나생명, 한화생명 등이 ‘우수’ 등급을 받았다. 반면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보통’ 등급에 해당하는 60점대 점수에 그쳤다. AIA생명과 흥국생명은 60점 미만인 ‘미흡’ 등급을 받았다. 손해보험사 가운데는 80점 이상의 ‘우수’ 등급을 받은 곳이 없었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보험 가입 당시 설계사가 가입자에게 약관에 대해 알려주게 돼 있지만, 책 한 권 분량의 약관을 일일이 설명해주기도 어렵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중요한 사항만 간추려 쉽게 정리한 요약 약관 등을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명수 씨는 건강검진을 통해 갑상샘암이 림프절에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았지만 그나마 2009년에 가입해 둔 암보험이 있어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이 보험의 암 진단금은 갑상샘암 600만원, 림프암 3000만 원이었다. 그런데 M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니 “갑상샘암 진단금 600만원만 지급할 수 있다”는 답변이 왔다.

갑상샘암처럼 소액암에서 시작돼 고액암으로 전이된 경우 최초 발생한 소액암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주장이었다. 암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자 보험사들은 2011년께부터 이 같은 내용을 보험 상품의 특별약관에 추가했다.

문제는 박씨의 경우 2009년 해당 암보험에 가입했음에도 보험사는 2011년 변경된 내용을 적용해 보험금 지급액을 축소하려 했던 것. 결국 박씨와 보험사는 법정 다툼을 벌였고, 1·2심에서 박씨가 모두 이겨 3600만원의 보험금과 기타 지연손해금을 받았다.

약관에서는 보험 계약자가 제출한 진단서와 보험사 측 자문 소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와 소비자가 함께 제3 의료기관을 정하고 그 자문에 따르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가 특정한 의료기관에 자문해 보험금을 축소하거나 거절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보험금을 청구할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보험설계사는 “보험 소비자 편에서 해석을 도와줄 수 있는 보험설계사에게 문의하고, 중대한 사안일 경우 (독립) 손해 사정사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배현정 한경머니 기자 gr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