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바오쩌우 미국 시카고대 수학과 교수가 14일 ‘베트남 교육개혁을 위한 로드맵’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응바오쩌우 미국 시카고대 수학과 교수가 14일 ‘베트남 교육개혁을 위한 로드맵’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베트남 출신 세계적 수학자인 응바오쩌우 미국 시카고대 교수(45)가 14일 “베트남 대학 진학률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지만 대학의 질적 수준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응바오쩌우 교수는 이날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개막한 ‘글로벌 인재포럼 in 베트남 2017’의 특별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베트남 교육개혁을 위한 로드맵’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베트남이 경제적인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등교육 개혁 과제를 선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고등교육이 중요한 이유

응바오쩌우 교수는 강연에서 “베트남의 교육열은 대단히 높지만 정작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의 대학 진학률은 2008년 20% 미만에서 올해 41%로 증가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비교하면 가장 큰 증가폭이다.

하지만 글로벌 고등교육 평가기관 QS가 발표한 ‘2018년 아시아 400대 대학’에 포함된 베트남 대학은 5개뿐이다. 말레이시아(27개) 인도네시아(17개) 태국(14개)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숫자다.

2016년 스코퍼스(우수 학술논문 인용지수)에 따르면 베트남 논문 수는 5563개로 2006년 984개에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절대 숫자로 따지면 말레이시아(2만8546개) 싱가포르(1만9992개) 태국(1만4176개) 인도네시아(1만1470개)에 턱없이 못 미친다.

응바오쩌우 교수는 “고등교육 발전은 베트남의 국가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민 복지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는 ‘2020~2035년 고등교육 전략 로드맵’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한국 및 세계은행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응바오쩌우 교수는 33세에 프랑스 수학과학 1위 대학인 파리 제11대학 교수에 임용되면서 베트남 최연소 교수 타이틀을 달았다. 그의 주된 연구 업적은 보형 형식에 관한 기본 보조정리(fundamental lemma)의 증명이다. 기본 보조정리의 증명은 2009년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 10대 과학적 발견’으로 선정됐고, 이런 업적을 인정받아 2010년 필즈상을 수상했다. 그는 베트남과 프랑스 이중 국적을 갖고 있다.

그가 세계적인 수학자가 된 데는 부모의 교육열도 한몫했다. 베트남 국립역학연구소 교수로 재직한 아버지와 의사였던 어머니는 베트남의 열악한 고등교육 환경을 고려해 일찍부터 아들의 프랑스 유학을 결정했다. 응바오쩌우 교수가 베트남 고등교육 개혁에 남다른 애정과 부채의식을 갖게 된 이유다.
‘글로벌 인재포럼 in 베트남 2017’이 14일 베트남 하노이의 멜리아호텔에서 개막했다. 풍쑤언냐 베트남 교육훈련부 장관(오른쪽부터),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장호성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국대 총장) 등이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글로벌 인재포럼 in 베트남 2017’이 14일 베트남 하노이의 멜리아호텔에서 개막했다. 풍쑤언냐 베트남 교육훈련부 장관(오른쪽부터),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장호성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국대 총장) 등이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거버넌스 개혁과제 해결해야

응바오쩌우 교수는 베트남 고등교육의 최대 문제로 효과적이지 못한 거버넌스를 지적했다. 베트남의 고등교육은 국립대 중심이다. 4년제 대학 235곳 가운데 국립대가 170곳이며, 3년제 대학 428곳 중에서도 국립대가 343곳에 이른다. 그만큼 정부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

그는 “정부 규제와 대학의 자율성 간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핵심 과제”라며 “규제가 대학의 질적 향상에 도움이 되는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자율적인 대학 시스템은 훈련, 연구, 사회 투명성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 부족도 고등교육의 문제로 꼽혔다. 그는 “고등교육 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재정지원 방식도 대폭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직접 보조금 방식을 훈련과 연구에 우선순위를 둔 장학금 지원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소외계층에 대한 정부 장학금 확충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밖에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와 각 대학의 훈련·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