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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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2일 중소 주택업체 ‘광명주택’이 부도를 냈다. 이 회사가 짓고 있던 충남 당진시 송악읍 중흥리의 ‘메이루즈’ 아파트 공사도 중단됐다. 지상 20층짜리 5개 동으로 계획된 이 아파트는 10층가량의 골조 공사만 진행된 상태였다. 부도 직후 일단 공사가 속행되긴 했지만 올 7월31일 회생절차가 법원에 의해 끝내 취소(불인가) 결정이 내려지면서 계약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이젠 꼼짝없이 길바닥에 나앉는 것 아니냐”며 전전긍긍하던 계약자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나섰다.

HUG는 다른 시공사를 통해 계속 사업을 진행할지, 분양대금을 전액 환급해줄지를 선택하도록 했다. 계약자들이 환급을 원하자 HUG는 지난 9월 계약자 247명에게 총 160여억원을 환급해줬다. 법원이 회생계획인가를 취소한 지 한 달 여만의 신속한 조치였다. 분양보증에 가입돼 있었기 때문에 계약자들은 더 큰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HUG는 국내 유일의 주택보증기관이다.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분양할 때 의무적으로 HUG의 주택보증 상품에 가입하도록 돼 있다. 건설사 부도, 시공 과정의 하자 등과 같은 위험 요인에 대비해 계약자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다른 국가와 달리 선(先)분양 방식이 일반적인 한국에서는 이 같은 주택보증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분양자들이 막대한 돈을 들여 아파트를 미리 구매하는 만큼 입주 때까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국내 유일무이의 주택보증기관

HUG의 역할은 아파트 분양보증에 그치지 않는다. 오피스텔, 조합주택, 정비사업 등 HUG가 다루는 보증상품의 범위는 실로 다양하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보증, 주택구입자금(중도금)보증, 하도급대금지급보증 등 주택사업 전 단계에 걸친 종합 금융보증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주택보증 전담 공기업이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을 운영하는 곳 또한 HUG이다. 이니셜이 담고 있는 중의적인 표현처럼 HUG는 서민을 품는 ‘따뜻한 공기업’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HUG는 현재 주택시장에만 1177만 가구, 총 1106조원의 보증상품을 공급해 주택산업 발전과 서민 주거 안정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HUG가 운용 중인 20여 개의 보증상품은 크게 ‘서민주거안정’ ‘도시재생지원’ ‘주택건설지원’ 등 3개 분야로 세분화돼 있다.

김선덕 HUG 사장은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직간접으로 HUG의 보증 혜택을 받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주택시장의 안정을 책임지는 공기업으로서 지속적으로 다양한 보증상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무주택 서민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증 외에 주택도시기금까지 운용

HUG가 설립된 건 1993년이다. 원래 ‘주택사업공제조합’으로 설립된 HUG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혹독한 시련을 겪기도 했다. 당시 상당수 주택업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휘청거리면서 보증 여력이 크게 부족해진 탓이다.

주택사업공제조합은 1999년 6월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위기를 타개했다. 이후 주택분양보증 등 6개 보증으로 보증업무를 개편했고 3조2320억원으로 자본금을 증자하는 등 비로소 보증 전문기관으로 내실을 탄탄히 다지기 시작했다.

2015년 7월부터는 ‘주택도시기금법’ 시행에 따라 청약저축, 국민주택채권 등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의 전담운용기관으로 지정됐다. 이후 기존의 주택공급 보증 위주였던 업무 영역을 도시재생을 포함한 종합적 금융보증 기능을 담당하는 현재의 주택도시보증공사로 확대 개편했다. HUG는 총자산 6조3489억원, 부채 1조6442억원, 자본 4조7047억원으로 부채비율 34.9%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선진국 주거복지 시스템 연구도 활발

국민들의 주거복지 실현에 애쓰는 HUG는 이와 관련된 다양한 학술 연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HUG가 매년 역점 사업으로 진행 중인 ‘국제주택도시금융포럼’이 대표적인 사례다.

HUG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제5회 행사를 치렀다. 그동안 진행된 국제주택도시금융 포럼의 주요 발표 주제를 보면 서민 주거 안정에 HUG가 얼마나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한국의 서민주택금융 현황과 향후 발전 방향(1회)’ ‘주택금융서비스 소외계층을 위한 모기지 접근성 제고 방안(2회)’ ‘유럽의 주택금융 소비자 보호정책 리뷰(3회)’ ‘네덜란드 저렴주택에 대한 금융지원 방식(4회)’ 등이 그것이다.

이번 5회 포럼에는 핀란드, 네덜란드 등의 석학들이 참가해 ‘사회적 주체의 공적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주택도시금융의 역할’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문재인 정부가 특히 임기 내 매년 17만 가구씩 총 85만 가구의 공적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인 만큼 주택도시금융을 담당하고 있는 HUG의 역할도 점차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