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터주고 있는 가상계좌를 폐쇄하기로 한 데 이어 다른 관련 사업도 줄줄이 철회하고 있다.
'리플' 주고받는 해외송금… 우리·신한은행 '없던 일로'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가상화폐 리플을 매개로 하는 해외송금 사업계획을 철회했다”고 13일 말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금융당국 등 정부기관이 가상화폐 거래를 강도 높게 규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은행들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물밑에서 진행해온 다른 은행들의 가상화폐 사업 계획도 흐지부지되거나 잠정 중단되고 있다”고 전했다.

가상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지나치게 심한 것도 이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리플의 경우 최근 반 년 사이 최저가(7월16일 152원)와 최고가(이날 기준 458원) 간 시세 차이가 300%를 웃돈다. 해외송금의 매개체인 리플 가격이 급변동하면 사업을 취급하는 은행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해당 사업은 가상화폐를 실물로 취급해 해외송금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적지 않은 관심을 얻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9월부터 일명 ‘찌라시’ 형태로 인터넷 등에서 유포되며 리플의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줬다.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리플은 전날보다 49% 급등했다. 다만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리플과 일본의 금융기업 SBI그룹이 공동으로 구축한 해외송금망은 기존 계획대로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 12일에는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발급을 줄줄이 해지하거나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코빗·코인플러스·야피안 등 3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발급 계약을 올해 해지하기로 했으며 산업은행은 거래소 코인원과의 발급계약을 내년 1월 해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과 기업은행도 각각 빗썸, 업비트에 대한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할 계획이다.

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소 명의로 거액의 돈이 단기간에 입출금되는 등 투기 의심거래가 발생하면 금융당국 등에 보고하는 시스템도 조만간 마련할 예정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때 은행업계의 ‘블루오션’으로 꼽히던 가상화폐 시장이지만 정부의 규제가 갈수록 심해져 협업 및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의 대응을 살피면서 당분간 가상화폐와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