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이르면 다음주 ‘2018년 정기 임원 승진 인사’를 한다. 내년 임원 승진자(부사장급 이하) 수는 올해보다 5~1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룹 소속 임원 1000여 명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급여 10%를 반납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한 탓이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연초 목표(825만 대)에 훨씬 못 미치는 730만~740만 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이르면 다음주 정기 인사… 임원승진 소폭 줄이고 급여 일부 또 자진반납
◆부사장 이하 승진 인사 임박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는 13일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임원평가 작업이 거의 마무리됐다”며 “이르면 다음주 말 임원 승진 인사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임원 인사에서 올해보다 승진자 수를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임원 승진자 수는 300명 초반대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348명)보다 5% 이상 줄어드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2012년 정기인사에서 역대 가장 많은 465명의 임원을 승진시켰으나 2013년 인사에선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379명으로 줄였다. 이후 실적 개선으로 2014년과 2015년 인사에서 승진자를 각각 419명과 433명으로 늘렸다가 2016년부터 다시 줄이기 시작했다. 올해(348명)도 실적 부진 탓에 승진자 수가 작년(368명)보다 감소했다.

다만 연구개발(R&D)부문에선 승진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전기자동차(EV), 수소연료전기자동차(FCEV),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고위관계자는 “임원 승진자의 40% 이상을 R&D 부문에서 선발하는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부사장급 이하 임원 승진 인사와 별도로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사장급 이상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사장급 이상 인사는 수시 인사이기 때문에 따로 시기는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올 들어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그룹 전반의 쇄신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그룹 내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을 비롯해 9명이다. 부회장 인사가 나면 사장단도 연쇄적으로 인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현대차그룹 내 사장급 임원은 그룹 총괄부문과 계열사 대표 등을 합쳐 20여 명이다.

◆해외 사업장은 이미 물갈이

해외 사업장은 이미 물갈이 인사를 마쳤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앨라배마 및 조지아 공장장을 교체했으며, 러시아 유럽 인도 법인장도 줄줄이 바꿨다. 앞서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현대 대표를 교체하는 등 해외 사업장 대부분 전열을 재정비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51개 계열사 소속 임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급여 10%를 반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16년 10월 글로벌 시장 침체 및 내수 급감 등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급여를 스스로 삭감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임원 승진을 최소화하면서 사실상의 급여 삭감을 이어가는 것은 실적 부진과 불투명한 경영 환경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중국과 미국 시장 부진이 겹치면서 판매 목표(825만 대)에 크게 못 미치는 740만 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글로벌 판매 목표는 올해(825만 대)보다 70만 대가량 적은 750만 대 안팎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 판매 부진을 단기간에 회복하기 쉽지 않은 데다 내년 세계 자동차 시장 전망도 썩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