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명품 분필’로 불리며 한때 업계 2위를 차지한 하고로모 분필이 작년부터 전량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한국에 이 분필을 유통, 판매하던 신형석 대표가 하고로모문구로부터 기계장비와 기술 등을 사오면서다. 신 대표는 “인수 이후 신제품 출시와 해외 매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며 “최근 분필과 종이 칠판을 묶어 ‘분필&칠판 놀이세트’를 내놨다”고 말했다.
신형석 세종몰 대표가 형광색 하고로모 분필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조아란 기자
신형석 세종몰 대표가 형광색 하고로모 분필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조아란 기자
◆스케치북처럼 사용

분필&칠판 놀이세트는 종이칠판과 12색의 분필, 극세사 지우개가 한 세트인 교구다. 칠판이 A4 용지 크기인 세트와 A3 크기인 세트 두 가지로 출시됐다. 칠판이 코팅된 종이처럼 가벼워 영유아가 스케치북처럼 들고 다니며 색깔 분필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 연습을 하기에 좋다.

세트에 포함된 분필에는 기본 흰색과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외에도 다양한 형광분필이 들어 있다. 세종몰이 작년부터 생산하고 있는 색깔분필과 형광분필들이다. 신 대표는 “초록색 칠판에 일반 빨간색 분필로 글씨를 쓰면 글씨가 어두워 안 보이는 경우도 많다”며 “형광분필은 눈에 잘 띄어 수학강사 신승범, 역사강사 설민석 등 유명 인터넷 강사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대표 분필기업 인수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신 대표는 10여 년 전 일본에서 하고로모 분필을 처음 접했다. 강사들이 연두색 오렌지색 등으로 칠판에 글씨를 쓰는 모습을 보며 학생들이 집중하기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 돌아와 국내 분필회사 세 곳에 색색의 분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빨강 파랑 노랑이면 충분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고심하던 신 대표는 자신 같은 강사들이 주변에 많다고 생각해 국내 유통을 시작했다.

2016년부터 직접 생산하게 된 건 하고로모문구의 3대 사장이 가업승계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고로모문구는 1932년 세워져 일본에서 85년간 분필만 생산하던 회사다. 사장의 건강이 악화되며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자 회사를 아예 정리했다. 친분이 있던 신 대표에게 ‘하고로모’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는 조건으로 기술을 이전하고 기계장비를 싼값에 팔았다. 2015년 4월엔 일본 NHK가 한국 중소기업이 하고로모 분필을 제작하게 됐다는 방송을 30여 분간 내보내기도 했다.

◆“수출 확대, 신제품 개발이 목표”

신 대표는 국내에서 분필을 제작하면서 수출과 분필을 활용한 교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에서 수입하던 하고로모 분필은 국내 분필보다 가격이 2~3배 비쌌다. 지금은 색깔 분필은 한 통 1만2000원, 형광분필은 3만원으로 일반 분필보다 1.5배 정도 비싸, 판매량이 세 배가량 늘었다. 1년 전부터는 아마존을 통해 미국과 일본에 각각 월 1000만원, 600만원어치씩 수출하고 있다. 지난 7월엔 중국 판매업자와도 총판 계약을 맺었다. 신 대표는 “하고로모의 명성에 맞는 품질을 이어가면서 최대한 많은 소비자가 우리 분필을 접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분필&칠판 놀이세트를 비롯해 분필을 활용한 다양한 교구세트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의 으뜸중기 제품’은 이메일(jkim@hankyung.com)로 신청받습니다.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event.hankyung.com)를 참조하세요.

◆12월 으뜸중기 제품 △미래엔에스-스마트 보안관제 시스템 테라웍스 △우주텍-국내 최초 양모신발 르무통 △벤체-방충망 부착형 빗물막이 레인스탑 △세종몰-분필&종이칠판 세트


포천=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