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영화 '청년경찰' 속 경찰대 카리스마 교수 … "이거 실화!"
“이 학생들은 앞으로 경찰이 될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학생이에요.”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사진)에서 경찰대 교수들이 학칙을 어긴 두 주인공의 징계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인다. 아직 학생 신분인 이들 주인공이 교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진짜 경찰처럼 범인 검거에 나섰던 것. 기회를 줘야 한다는 양성일 생활지도교수(성동일 분)와 중징계로 기강을 잡아야 한다는 교수들이 서로 맞부딪쳤다. 양 교수는 “우리도 한때 용광로처럼 뜨거웠지 않습니까”라며 상대 측을 설득한다.

오창호 경찰대 생활지도교수(경감)는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장면을 가장 인상 깊은 대목으로 꼽았다. 그는 “생활지도교수는 경찰대 학생들에게 교사이자 기숙사 사감이면서 선배”라며 “영화 속 교수들의 ‘딜레마’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경찰대는 ‘정예 간부’ 육성을 위해 1980년 설립됐다. 매년 100여 명의 졸업생이 초급 간부인 ‘경위’로 임관한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400여 명의 학생이 다섯 개 생활관에서 머물며 공부하고 있다. 외출·외박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여학생 생활지도를 맡고 있는 조희영 교수(경감)는 “수업 외 모든 시간의 교육을 담당하는 셈”이라고 했다. 영화 속 양 교수는 사유에 ‘청춘사업’이라고 쓴 외출신청서도 흔쾌히 받아주지만 조 교수는 “영화에서나 가능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두 사람은 경찰대에서 먼저 공부한 ‘학교 선배’이기도 하다. 조 교수는 “재학 시절 총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에 여학생의 참여가 저조한 게 아쉬워 여자 후배들에게 ‘담대해지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며 “막상 교수가 돼 학교에 와보니 남녀 구분 없이 참여가 활발해 따로 조언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올해 37기 청람교육단장은 사상 최초로 여학생이 맡았다. 매년 2월 경찰대 합격생은 2주간 기본소양교육인 청람교육을 받는다. 4학년 선배가 청람교육단장으로서 ‘군기반장’ 역할을 한다. 조 교수는 “영화 속 ‘메두사’란 별명으로 불리던 이주희(박하선 분) 단장처럼 카리스마를 갖춘 선배였다”고 귀띔했다.

이들 교수는 학생들에게 “책상에만 머물지 말라”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일선 현장에 나가면 피의자, 민원인 등 다양한 사람을 대해야 하는데 공부만 해온 학생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도 “학생들이 근로자의 날에 청소근로자 어머니들에게 편지와 선물을 드렸을 때 뿌듯했다”며 “영화에 나오듯 경찰은 ‘시민의 부름에 가장 먼저 응답해야 하는 사람’이니 타인에게 끊임없이 관심과 애정을 지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곧 입교할 새내기들에게 “경찰대에 지원할 때 본인이 상상한 경찰대 학생으로서 초심을 유지할 각오로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