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활성화를 둘러싸고 금융위원회와 국민연금공단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두 기관 수장의 엇갈린 발언에 시장이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면서 투자자들은 “정부가 변동성만 더 높였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급락 후 급등한 코스닥

코스닥지수는 23일 15.90포인트(2.04%) 오른 796.80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은 장 시작과 함께 크게 출렁였다. 개장 5분 만에 전날보다 7.15포인트 떨어진 773.75까지 내려 앉았다. 코스닥 시가총액 3위인 항암치료제 개발업체 신라젠은 9%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지수 그래프는 곧바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수가 1%대 하락에서 상승으로 반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40분에 불과했다. 하루 변동 폭은 2.99%로 지난해 11월9일 이후 가장 컸다.

장 초반엔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코스닥 투자 확대 계획을 세운 적 없다”고 언급한 게 악영향을 끼쳤다. 불안감이 커진 개인투자자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개인은 이날 3거래일 만에 1558억원어치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움직임은 달랐다. 각각 이틀과 5거래일 연속 이어진 순매도를 멈추고 순매수로 전환했다. ‘연기금의 코스닥시장 투자 비중 확대’라는 큰 그림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김종언 대신자산운용 리서치팀장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섞은 새 벤치마크 지수 개발 등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자금이 빠져나가기보다 코스닥시장 내에서 순환매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관련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CJ E&M은 3.78% 올랐고, JYP엔터테인먼트(14.55%) 파라다이스(2.19%) 등도 강세였다.

◆혼란스러운 코스닥 투자자들

투자자 사이에선 금융위와 연기금의 ‘엇박자’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두 기관 수장이 불과 열흘 정도 시차를 두고 투자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정반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포문은 금융위가 열었다. 금융위는 지난 13일 최종구 위원장이 참석한 금융발전심의회의 결과 자료에서 “참여 위원들이 코스닥시장 활성화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며 “연기금 등 공적자금의 적극적 역할을 통해 민간자금 유입을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6일에는 “국민연금은 코스피에는 98%(국내 주식투자 비중)나 투자하는 반면 코스닥에는 2%만 투자하고 있다”며 “코스닥시장 투자 확대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는 최 위원장 발언 후 13.64% 올랐다.

김 이사장은 22일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코스닥 투자 확대 계획을 세운 적이 없다”며 “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이지 정부가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이 전해지자 전날 코스닥지수는 약세를 보였다. 한 펀드매니저는 “정부 발표를 믿고 지난 2주 동안 유가증권시장 중심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코스닥 위주로 바꾸고 있었다”며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의 과열을 막을 필요는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이 전날 “이상과열을 틈타 외부 작전세력이 코스닥시장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한 것도 시장 이해도가 떨어지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상승을 주도한 시가총액 1~5위 기업의 가치만 55조원 정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정 세력이 움직일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며 “코스닥시장을 바라보는 국민연금의 인식 수준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이사장의 발언이 지나치게 과열된 바이오·헬스케어업종에 경고 신호를 보낸 측면이 있다며 긍정적인 분석도 내놨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한 종목 위주로 관심을 둬야 한다”고 했다.

김우섭/최만수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