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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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최근 1100원선이 깨진 데 이어 22일 장중 1090원선도 붕괴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투자전략 수립 시 주요 잣대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오전 10시59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30원(-0.21%) 내린 1093.50원을 기록 중이다. 장중 한때 1089.50까지 밀려 지난 17일 기록한 연중 최저치를 새로 썼다.

올해 초 1200원대였던 원화 가치는 꾸준히 상승해 109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화 약세는 미국 세제개편안에 대한 의회의 이견에서 촉발된 영향이 크다"며 "미 세제개편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달러 가치는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고, 각국의 환율 및 증시도 여기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화 강세는 최근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순매수는 일정 부분 원·달러 환율 하락에 베팅한 결과"라며 "8월과 9월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조9967억원, 1조589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외국인은 10월 이후 4조5775억원 순매수(21일 종가 기준)로 전환했다"고 풀이했다.

김 연구원은 "그동안 한국 증시에서는 원화 강세기에 외국인 매수세가 거의 동시에 유입됐다"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은 상승 랠리를 지지했고, 이 과정에서 대부분 경기방어주보다 경기민감주에 대한 투자를 늘렸는데 이번에도 과거와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원화 강세기에 유리한 업종을 선택할 때 반드시 이익모멘텀을 챙겨볼 필요가 있다"며 "이익모멘텀이 양호한 업종은 비철금속, IT소프트웨어, 증권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전통적으로 수혜주로 간주되는 운송과 기계, 조선 업종에 대해서는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연구원은 "운송과 기계, 조선 업종은 이익 전망이 불안하다"며 "환율 민감도에만 의지해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만큼 투자에 대해서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용석 KB증권 시장전략팀장은 "2013년~2014년과 같은 원화 강세 시기에 비춰 코스피 대형주 대비 코스피 중소형주와 코스닥 종목의 상대적 강세가 예상된다"면서도 "현재 코스닥 150내 생명기술주가 2013년 전후의 화장품 등 중국 및 내수 성장주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단기 과열 및 변동성 확대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최근 급격한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이익 훼손으로 작용할까 우려하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과도한 원화 강세는 한국 수출 기업들에 부담이 될 수 있고, 외인 매수 강도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1050원선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노 연구원은 "과도한 원·달러 환율 하락은 증시 약세 요인이지만 1050원 하향 돌파 전까지 원화 강세 우려는 이르다"며 "원·달러 환율 하락이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 요인이 되는 순간은 1050원을 하향 돌파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코스피 예상 순이익률은 7.4%이고 올해와 주당순이익(EPS)이 같아지는 내년 순이익률은 6.5%"라며 "올해 6,9%였던 순이익률이 내년 6.5%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코스피 이익은 감소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