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절벽' 조선, 2년새 7만명 실직…빅3 "내년에도 3천명 감원"
한때 20만 명을 웃돌던 국내 조선업 종사자가 10만 명 선을 위협받고 있다. 최근 10여 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앞으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한숨과 하소연이 도크를 가득 메우고 있다. 거의 모든 업체가 혹독한 수준의 감원을 앞두고 있다.
'일감 절벽' 조선, 2년새 7만명 실직…빅3 "내년에도 3천명 감원"
◆빅3, 내년에도 3000명 감원

21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조선업 종사자는 13만840명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고치를 찍은 2014년 말(20만4635명) 대비 36.1%나 감소했다. 국내 조선 빅3는 지난해 6800여 명을 줄인 데 이어 올해도 3000여 명을 감원했다. 지난 2년 동안 1만 명가량이 회사를 떠난 셈이다.

협력사들의 피해는 더 컸다. 지난 1년 새 2만8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대기업처럼 순환휴직, 임금 삭감 등으로 버티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업에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닥친 것은 2015년 말부터 수주가 급감하면서다. 현재 현대중공업의 수주 잔량은 254억달러에 불과하다. 역대 최고치이던 2014년(535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회사 관계자는 “수주 잔량이 2006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지난달부터 유휴인력 5000명을 대상으로 최대 5주간 유급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부터 군산조선소를 비롯해 3개 도크 가동을 중단한 여파다.

삼성중공업에는 206억달러(72척) 상당의 일감이 남아 있다. 8개 도크 중 2개가 문을 닫았다. 회사 관계자는 “인도 시점이 2020년 이후인 선박도 있지만 1년6개월 정도의 일감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243억달러) 일감도 삼성중공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업계는 2019년 이후에나 조선 업황이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는 가운데 바닥을 다진 해운경기가 선박 발주로 이어질 때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선 3사는 내년에도 3000명가량의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감 다 말랐다

중소 조선소의 어려움은 빅3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이날 경남 통영 성동조선에는 1250여 명의 직원 가운데 350명가량만 출근해 자리를 지켰다. 나머지 직원은 휴직 상태다. 이달 들어 일감이 완전히 마르면서 올 연말까지는 빈 야드를 정비·보수하는 정도의 일밖에 남지 않았다. 2009년 2500명에 달하던 직원은 수주절벽과 구조조정 한파에 지난 8년 새 반토막이 났다.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성동조선의 적정 인력이 770여 명이라고 분석했다. 400~500명가량의 인력 감축이나 이에 준하는 비용 절감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장기적인 생존은 불가능하다는 게 수출입은행의 진단이다. 하지만 노조 반발을 우려해 추가적인 비용 절감 요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STX조선해양도 ‘구조조정 한파’가 예고된 상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STX조선은 전체 인력(1400여 명)의 3분의 1 수준인 400~5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하거나 이와 비슷한 비용 절감 효과를 달성하는 데 최근 합의했다. 채권단이 “경영 정상화에 동의하기 전까진 선박 건조에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하지 않겠다”고 버티자 회사와 노조 측도 막판에 동의했다. STX조선은 조만간 희망퇴직을 받아 인력 감축 규모를 확정한 뒤 400여 명에 못 미칠 경우 6개월 이상 장기 무급 휴직도 같이 실시하기로 했다.

STX조선의 일감은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다. 건조할 선박이 4척 남아 있지만 내년 5월부터 건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6개월간 ‘일감 보릿고개’를 넘어야 한다.

박재원/안대규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