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8·2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자 일부 전문가들이 집값 하락의 전조 현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거래량이 늘어나면 아파트값이 상승하고 거래량이 줄면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게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패턴인 까닭이다.

그러나 살 사람이 없어서 거래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매물이 없어서 거래가 안 되는 점을 감안할 때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대부분 전문가는 예상했다.
"집값 하락의 전조" vs "매물 없어 상승 지속"
◆거래량 반토막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총 3837건을 기록했다. 하루평균 약 192건이 거래된 셈이다. 지난해 11월 하루평균 거래량(364건)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가을 이사철 성수기인 10월에도 총 3817건(하루평균 123건)이 매매되는 데 그쳤다.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만 건 밑으로 떨어진 건 2013년 이후 4년 만이다. 서울 아파트 월별 거래량은 지난 1월 4481건에서 5월 1만201건으로 치솟은 뒤 8월 1만4730건으로 고점을 찍었다. 8·2 대책 이후 이뤄진 거래가 통계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한 9월(8310건)부터 감소세가 뚜렷하다.

◆“거래 감소는 다주택자 버티기 탓”

주식시장처럼 부동산시장에서도 거래량은 가격의 선행지표나 동행지표로 통한다. 가격은 떨어지는데 거래량이 늘면 조만간 가격이 반등하는 신호로 본다. 반대로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거래가 줄면 조만간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8·2 대책 이후 나타난 거래 감소에 대해선 해석을 달리하는 전문가가 더 많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건설·부동산 연구위원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 강화 등으로 집주인들이 집을 싸게 내놓을 이유가 없다”며 “다주택자들의 버티기로 거래가 줄어든 상황이어서 당분간 서울 아파트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유수현 대우건설 마케팅팀장도 “매수 예정자들이 사고 싶어도 매물이 없어서 사지 못하고 있다”며 “대기 매수세가 사라져서 거래량이 줄어드는 상황이 아닌 만큼 서울 상승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 행진이다. 8·2 대책 후 한 달여간 주춤하던 서울 집값은 지난주(13~17일)엔 전주 대비 0.25%나 올랐다. 압구정 대치 잠실 등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선 역대 최고가 경신도 잇따르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1·2차) 전용면적 163㎡는 이달 28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8·2 대책이 나오기 전엔 26억원 안팎이었다. 올 7월 19억5000만원대이던 대치동 선경아파트 전용 128㎡도 현재 19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그러나 거래량 감소를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중금리 상승, 보유세 인상 가능성 등 집값을 떨어뜨릴 악재도 하나둘 축적되고 있다”며 “한번 흐름이 꺾이면 순식간에 매수세가 사라지는 과거 패턴을 감안할 때 거래량 감소를 예사로 봐 넘기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는 서울 집값 상승을 국지적 버블로 해석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서울에서도 직주근접·소형·새 아파트를 공통점으로 둔 지역과 단지에서만 집값이 이상 급등을 보이고 있다”며 “내수 경기가 좋아지면서 대기업 직장인을 중심으로 구매여력이 상승했고 여전히 저금리인 상황이어서 희소성을 지닌 자산으로 돈이 몰리고 있지만 수출이 둔화되는 시점에 국지적 과열이 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