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의 아파트 밀집 단지. 한경DB
서울 잠실의 아파트 밀집 단지. 한경DB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 성남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에도 집값이 진정될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면 경남 창원 등 영남지역은 시장 활황기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있는 처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분당과 대구 수성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9·5 조치’ 이후 지난주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이 각각 1.10%와 1.13% 올랐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상승률이다.

이들 지역은 ‘8·2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다른 지역과 달리 아파트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대출한도 축소 등 규제를 한꺼번에 맞았지만 과열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분당은 가까운 서울 강남의 집값 상승이 번진 데다 위례신도시와 테크노밸리 등 일대 개발사업의 영향까지 받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구 수성은 구도심 재생 등 정비사업이 호재였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서울에선 송파구가 1.90%로 가장 많이 올랐다. 초고층 재건축이 확정된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 15억대 후반~16억원선에 거래돼 9월보다 1억원가량 올랐다.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호가는 1주일새 최고 7500만원 뛰었다.

전북 익산(1.26%)과 목포(1.09%), 경기 김포(1.03%), 대구 중구(1.01%)도 매매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강원도는 ‘세컨드 하우스’ 열풍에 바다를 끼고 있는 휴양도시들의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 동해(1.10%)와 강릉(1.03%)이 1%를 넘어섰고 속초(0.72%)도 같은 기간 서울 전체(0.57%)보다 상승폭이 컸다.

반면 9·5 조치를 통해 ‘집중모니터링지역’으로 지정된 곳들은 일단 과열이 진정되는 분위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역구라서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피한 것 아니냐”는 불만을 사기도 했던 경기 고양 일산서구는 0.00%로 보합을 나타냈다. 일산동구 역시 0.20%로 과열과는 거리가 멀었다. 인천 부평구(0.28%)와 연수구(0.51%), 성남 중원구(0.52%)도 비교적 안정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부산은 매매가격 상승률이 -0.11%를 기록해 집중모니터링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하락했다. 특히 청약조정대상지역인 해운대구는 -0.29%로 조정폭이 깊었다. 서구의 상승률도 0.06%에 불과했다.

앞서 정부는 부산 내 조정대상지역 7곳과 고양 일산 등을 집중모니터링지역으로 지정하며 집값 이상 신호가 나타날 경우 언제든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양극화는 뚜렷해지고 있다. 경남 창원 등을 중심으로 영남지역은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중이다. 창원은 성산구(-3.58%)를 비롯해 의창구(-3.12%), 마산합포구(-2.08%), 마산회원구(-1.45%), 진해구(-1.10%) 등 모든 행정구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성산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연말 대비 10.60% 하락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경북 포항 북구(-1.94%)와 울산 북구(-1.63%), 경주(-1.59%), 경남 거제(-1.86%) 등 지역의 하락폭이 컸다. 공급과잉 우려에다 중공업 등 중후장대산업의 부진으로 인한 지역 경기 침체가 아파트매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내년 부동산시장도 이 같은 양극화가 계속 될 전망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서울 등 인기지역에선 여전히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분양시장과 거래시장 모두 양극화가 불가피하다”면서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규제 영향과 내년 입주물량 증가 등을 고려하면 지방 시장은 조정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역이 과열되고 있지만 당장 이를 타깃으로 한 추가 규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함 센터장은 “이달 정부가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하는 만큼 추가 규제가 나오더라도 그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서울이 아닌 경기 일원을 겨냥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